정치

민주당 "한번도 전문 공개한 적 없다"..실수인가 왜곡인가

조형국·선명수·윤지원 기자 2020. 2. 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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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공소장 비공개’ 팩트 체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의정관 개소식에서 현판식을 하며 의정관의 뜻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법무부, 15년 이상 국회에 개인정보 가린 공소장 전문 제출

수사 마친 피의자 공소장 공개는 피의사실 공표 해당 안돼

“법무부 내 훈령으로 상위 규정인 법을 무시” 비판도 나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최초 지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3년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관련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과 현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성격이 달라 공소장 제출 여부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공소장 공개를 피의사실 공표로 볼 것인지도 논란이 있다. 야당은 “선거개입 의혹을 감추기 위한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여당 내에서도 추 장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 대립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 공소장 제출, ‘피의사실 공표?’

추 장관은 6일 서울고검 의정관 개소식에서 “국회를 통해 피의사실이 공표돼 사건 관계자들의 기본권이 침해돼 왔다”며 공소장 비공개 방침이 피의사실 공표금지 규정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수사를 마친 피의자의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온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는 재판을 청구하기 전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 적용된다. 공소장은 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며 제출한다. 공소가 제기됐다는 것은 수사 종결을 의미하며, 공소장을 제출하면 법원 재판절차로 넘어간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미국은 대배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가 진술된 후 공소장을 공개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대배심 재판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대배심원이 기소를 결정한 뒤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은 검찰 기소 즉시 공소장이 공개된다는 것과 같다.

추 장관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을 거론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헌법재판 영역이며, 이번 사건(선거개입 의혹)은 형사재판이라 무관하다”고 답했다. 헌법 재판에 이른 국정농단 사건과 이번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다른 성격의 사안으로 본다는 뜻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공소장은 형사재판을 대비해 작성된 것이므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 개인정보 침해 vs 국민의 알권리

여권은 법무부 공소장 제출이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고 했지만, 알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후자는 국회가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는 사건이 권력기관과 관련된 것이므로 공적 사안에 해당한다고 본다. 청와대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에서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미국 법무부의 언론공보 규정은 공소 제기 후 사건에 대한 언론 공개를 폭넓게 인정한다. 공개 대상은 혐의 요지, 피고인 이름·나이·주거지·결혼 여부 등 신상 정보 등이다.

■ 훈령 vs 법률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이유로 공소장 비공개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국가기밀 등이 아니고는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법무부 자체 훈령으로 상위 규정인 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를 통한 공소장 공개에 문제가 있어도, 이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자체 판단으로 국회 요구를 거부한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자료 제출을 안 한 게 아니라 (검찰이 낸) 보도자료와 공소장 전문의 중간 정도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전문 미공개’ vs ‘전문 공개’

공소장 공개 범위를 두고 민주당은 “법무부는 요약본 형태로 공소장을 공개했고,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한 것”이라며 “지금껏 법무부는 한 번도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착오에 의한 실수 또는 의도적 왜곡이다. 법무부는 노무현 정부 이후 15년 이상 국회에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공소장 전문을 제출해왔다. 민주당이 언급한 법무부 발언은 “법무부는 그동안 공소장 전문을 ‘언론에’ 공개한 바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조형국·선명수·윤지원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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