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김웅 "사표 내자 검사 660명 지지..뭔 의미겠나"

강찬호 2020. 2. 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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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직격인터뷰]
청와대 노골적 협박..형사수사감
검사들 '청 무섭지만 굴하지 않아'
의원들 소신 강해 새보수당 입당
보수통합도 OK..정권심판론 강해


새보수당 입당한 『검사 내전』 저자 김웅 전 검사

김웅 전 검사는 ’21대 국회가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고칠 마지막 기회여서 정계에 입문했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검사 내전』 표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일방 처리하자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사표를 냈던 김웅(50) 전 부장검사가 사흘 전 새로운 보수당에 ‘1호 영입 인재’로 입당했다. 2018년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에 임명된 그는 국회에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꾀하는 데 전력하다 여권의 미움을 산 끝에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된 지 반년 만에 검찰을 떠났다. 형사부 검사 시절 다룬 사건 이야기를 엮어 베스트 셀러가 된 『검사 내전』의 저자이기도 한 그를 6일 만나 사표를 낸 배경과 정계 입문 포부를 들어봤다.

Q :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는.
A : “의무감이다. 처음엔 정부의 잘못된 처사에 반발해 사표 던진 거로 내 역할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교 동문이랑 같이 변호사 개업을 하기로 하고 사무실 계약까지 했다. 동경하던 스페인에 아내와 여행 갈 계획도 세웠다. 그때 한국당 모 의원이 ‘연락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정치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김웅이가 한국당 공천받기로 하고 사표 냈다’는 가짜뉴스도 돌던 때라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동기인 양석조(47·29기) 대검 선임연구관이 정권 비리 수사에 제동을 건 상사에게 ‘당신도 검사냐’고 했다가 좌천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양석조는 내 동기라 잘 안다. 능력이 많아 동기 중 가장 윗자리(선임연구관)에 올랐지만, 평소 순하고 자기주장 안 하는 사람인데 처음 목소리를 낸 죄로 고검으로 밀려났다. 이 정도면 검찰이 정말 심각한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다. 며칠간 잠을 못 자며 ‘나만 빠져나와 돈 벌 궁리나 하고 있구나’고 고민했다. 마침 어떤 분이 ‘당신, 새보수당이랑 맞지 않느냐’고 해서 이혜훈 의원을 만나니 적극적으로 (입당)을 설득하더라.”

Q : 그래서 어떻게 됐나.
A : “그 뒤 유승민 의원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우리 당세가 약하다. 어렵게 모셨는데 새보수당으로 지역구 나가면 당선될 확률도 낮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테니 믿어달라’고 하더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유 의원이 ‘입당할 거면 빨리하자’고 하더라. 오는 5월 30일 개원할 21대 국회가 올 하반기 발효될 수사권 조정안을 고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Q : 검사 사표 낸 지 얼마 안 돼 입당해 ‘정치 검사’란 비판도 제기되는데.
A : “그런데 ‘정치 검사’ 비판은 다들 여당에 입당해 그런 것 아닌가. 나는 검사 시절 정권과 계속 충돌했고 특정 정파 편을 든 적도 없다. 또 금배지 욕심만 있었다면 의원 8명 있는 군소정당 들어갔겠나. 나보고 ‘새보수당이 곧 한국당과 통합될 것으로 보고 새보수당 간 것 아니냐’는 이도 있다. 그랬다면 미리 지역구를 물색해놓고 자유한국당 들어가지 뭐하러 새보수당 갔겠나. 그리고 의원이 되려 하는 근본적 이유는 내가 뜻을 펴려면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학회에서 백날 떠들어도 입법이 안 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Q : 새보수당을 택한 이유는.
A : “민주당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낸 금태섭 의원이 ‘테러’나 다름없는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이 당은 아니구나’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당엔 특별히 반감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새보수당 의원들을 만나보니 소신 강한 분들이 많았다. 당론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더라. 유승민 의원이 내게 ‘우리가 한국당과 통합될 수 있다. 그러면 사기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더라. 그런데 나도 눈이 있다. 국민이 (문 정부의) 패권주의를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 새보수당 사람들은 어느 당에 있건 소신껏 행동하는 건 변하지 않을 거다.”

Q : 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사기극’이라 강력히 비판했는데.
A : “여권이 검찰 다루는 걸 보면 정말 심각하다. 유신, 5공 독재 정권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검찰이 과거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수사했을 때 청와대가 이렇게 직접 나서 방어한 적은 없었다. 특히 한창 수사 중인 상황에 수사팀을 바꾸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없었다. 오죽하면 이 정부 초기 권력의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조차 ‘이명박 정부는 쿨했다’고 했겠나.”

Q : 사표를 던진 데 대한 검찰 내부 반응은.
A : “검찰 내부 전산망에 사직서를 올리자 동료 검사 660여 명이 지지 댓글을 달아줬다. 검사 전체(2200여 명)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부당한 지시는 안 따르겠다. 배운 대로, 원칙대로 가겠다’는 의견들이었다. 그중 특히 지지 댓글을 강하게 달아준 동료가 있었는데 그 뒤 인사서 좌천됐다. 상사가 그에게 ‘네가 김웅 지지 댓글을 세게 써서 좌천된 듯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료는 내게 ‘후회 안 한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이처럼 불이익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검사들이 늘고 있는 걸 (정권은) 주목해야 한다.”

Q :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극에 달한 요즘이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A : “울산 선거 개입이나 조국 비리 등 정권 의혹을 수사 중인 후배 검사들이 한밤중에 술 먹고 내게 전화해온다. ‘형, 너무 힘들고 무서워요’라고 하더라. 나는 ‘(수사)하다 죽어라. 그게 검사다’고 답한다. 그러면 후배들이 웃으면서 ‘아유, 역시 또라이야.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할게요’라면서 끊는다.”

Q : 문무일 전 총장이 ‘검사장 할 생각 있냐’고 했는데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 : “2018년 8월 검찰의 첫 번째 정책단장에 임명돼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말이 안 통하더라. 문 총장에게 ‘상황이 안 좋다’고 보고하니 문 총장이 '검사장 (될) 생각 없지?'라고 하더라. ‘생각 없다’고 하니 ‘그래, 검사장 생각 말고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승진을 노려서가 아니라 소신대로 일한다는 걸 총장이 알아준 듯해 기분이 좋았다.”

Q : 청와대에도 조정안 문제를 지적했는데.
A : “청와대 가서 느낀 게 ‘답정너’였다. 답이 정해져 있더라. 수사권 조정은 법리 문제가 아니라 여당이 총선·대선에서 이기려는 전략일 뿐이란 생각이 확 들더라. 말이 조정이지, 경찰에 엄청 힘을 실어주는 구조다. 이러면 앞으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같은 권력형 게이트가 터져도 경찰이 덮으면 통제할 길이 없게 된다. 선거의 자유가 사라지는 거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경찰이 사법 통제 없이 전국을 장악하고 단일 구조를 유지하는 조직은 중국 공안밖에 없다. 그들과 우리 경찰이 똑같아지는 거다.”

Q :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당한 일은 없나. 예를들면 좌천을 암시하거나 있지도 않은 비리를 까겠다고 공갈을 당하는 등….
A : “그걸 제대로 폭로하면 형사 사건이 된다. 사실 내 손발을 다 묶어놨다. ‘탄탄대로 검사가 어차피 안 될 일에 왜 용을 쓰냐’고도 하더라. 청와대 사람들이랑 만나면 철벽 앞에 선 느낌이었다. 서로 품위 있게 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 사표 냈을 때 심정은.
A : “검경 수사권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아내에게 ‘통과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통과 소식을 검사들과 회식 자리에서 들었다. ‘비통이란 게 이런 거구나’는 생각이 들더라. 사표를 낸 뒤 윤석열 총장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윤 총장이 ‘고생했는데 못 챙겨줘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는 ‘총장님 건강 관리 잘하십시오’ 했다.”

Q : ‘검사내전’의 히트로 명성을 얻었는데.
A : “해남지청장 시절 현직 검사 시선에서 본 검찰 얘기를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써 보냈더니 책을 내자고 하더라. 책을 내니 2년 만에 47쇄를 기록했다. 왜 이런 인기를 얻었을까 생각해보니 국민이 검찰에 ‘애증’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에게 애정을 보여다오’는 마음이 있으니까 욕도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국민에게 내가 검사들의 인간적 측면을 보여주는 글을 쓰니 호응이 컸던 것 같다. 요즘 JTBC에서 방송도 되고 있는데 남녀 검사들 특징이 잘 부각돼있고, 검사들이 특정 식당만 다니는 사연 같은 디테일도 살아있더라. 검사들이 이 식당 저 식당 다니면 손님들이 무서워서 안 온다. 업주들 피해 안 주려고 한 식당만 다니는데 그걸 패거리 의식이라 비난하는 게 안타깝다. ‘검사내전’은 그런 진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Q : 새보수당 입당의 변으로 ‘나라 최정점에 있는 사기 카르텔 때려잡겠다’고 했는데.
A : “20년 검사 경력 대부분을 형사부 검사로 사기범 잡는 데 주력했다. 무혐의 받고 귀신처럼 빠져나가는 선수 잡는 게 특기였다. 수사를 70번 넘게 받았는데 처벌은 2번만 받은 ‘타짜’를 잡기도 했고, 중앙지검 부부장시절엔 25명에 영장을 쳐 24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선수’들을 재수사한 결과였다. 앞으로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을 주면 이런 선수들이 검찰의 재수사망에서 벗어나 활개 치고 피해자들 변호사 비용만 치솟는 세상이 될 거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권에서 약자들만 고통받는 세상이 된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자들, 최정점 사기범 집단을 때려잡으려 정계에 입문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윤서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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