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회 신종 코로나로 '아시아 혐오' 기승

강유빈 2020. 2. 7. 22: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를 혐오하는 유럽 내 인종차별 기류가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이 이탈리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인데, 최근 '시노포비아(중국인 혐오증)'에 따른 아시아인 차별행위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단지 중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아시아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일 미국 뉴햄프셔주 메리맥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에 1인당 마스크 판매 개수를 10개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메리맥=EPA 연합뉴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를 혐오하는 유럽 내 인종차별 기류가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혐오는 분야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일반 시민은 물론, 언론과 정치권까지 가세해 아시아 사람들을 열등한 국민으로 폄하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이탈리아 매체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로마 중심가에 위치한 다니엘레 메닌 초등학교를 ‘깜짝 방문’했다. 통신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학생들과 악수하고 아이들이 이탈리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의 방문은 의도적 일정이었다. 메닌 초등학교에는 중국계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대통령실은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를 덜고 중국을 향한 우정과 연대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중국인 30만명이 거주한다. 이 나라를 찾는 연간 중국인 관광객 수도 5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이 이탈리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인데, 최근 ‘시노포비아(중국인 혐오증)’에 따른 아시아인 차별행위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로마의 유명 음악학교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최근 한중일, 동아시아 3국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전면 금지하며 의료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제1 야당인 극우정당 ‘동맹’ 소속 주지사 4명은 중국을 다녀온 학생에 대해 국적을 불문하고 출석을 불허해 달라고 정부에 청원해 논란을 빚었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방호복을 입은 사람 아래 '코로나바이러스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표시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2월호 표지. 슈피겔 홈페이지 캡처

다른 유럽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1일 독일 유력 시사주간 슈피겔은 중국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우비와 방독면을 착용한 사람 아래 굵은 글씨로 ‘코로나바이러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적힌 2월호 표지를 공개해 거센 반발을 샀다. 언론이 부적절한 이미지 및 메시지로 공포와 인종차별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다. 단지 중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아시아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서구권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이 ‘#JeNeSuisPasUnVirus(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하며 무분별한 차별과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유색인종을 겨냥한 유럽의 혐오정서는 감염증이 유행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1980년대 초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행 시기에는 아이티인, 2009년 신종플루는 멕시코인,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발병 때는 아프리카계가 배제의 타깃이 됐다는 게 미 시사주간 타임의 설명이다.

국제사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낙인 찍기를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강력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이런 민감한 시기에는 차별과 낙인보다 공감과 연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