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포기' 불구 트랜스젠더 조롱 계속.."정신병원 가"

박민기 2020. 2.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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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A씨,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경 밝혀
숙대 커뮤니티, 1시간 만에 댓글 100여개 달려
"정신병원이나 가세요", "탈퇴하고 나가주세요"
해당 커뮤니티, 글 게시된 이후 게시판 문닫아
[서울=뉴시스]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숙명여대에 최종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2.03. (사진 = 방송사 인터뷰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지난해 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올해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일부 숙명여대 학생들의 계속되는 혐오 발언에 결국 입학 등록을 포기한 가운데, A씨를 향한 일부 학생들의 조롱과 비난은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숙명여대 학생들을 위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후 2시50분께 입학 등록 포기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글을 한 트랜스젠더 정보 공유 커뮤니티와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런데 해당 글이 게시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50분께 이 커뮤니티는 A씨 글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을 없앴다. 2020학년도 신입생의 학번이 오는 10일부터 발급됨에 따라 미인증 상태로 운영되는 게시판의 운영을 종료한다는 것이 커뮤니티 측의 설명이다.

게시판이 사라지기 전 A씨가 이 커뮤니티에 올린 입학 포기 관련 입장문에는 약 1시간 만에 100여개가 넘는 숙명여대 학생들의 댓글이 달렸고, A씨가 입학 포기를 결정했음에도 그를 향한 학생들의 혐오와 비하 발언은 계속되고 있었다.

한 학생은 댓글을 통해 "불쌍한 척만 해서 다 되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나요"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학생은 "우리한테 당신은 외부인 한국남자일 뿐입니다. 무섭고 두려운 존재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신병원이나 가세요", "됐고, 탈퇴하고 나가세요" 등 A씨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서 A씨는 자신이 올린 입장문을 통해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며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한 신입생들이 카카오톡 익명 단체 대화방에서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뒤 입학을 앞두고 있는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 문제에 대해 찬반 논쟁을 하고 있다. 이 방에는 당사자인 A씨도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0.02.05. (사진 = 숙명여대 신입생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갈무리)

A씨는 "내가 다시금 수험서를 사러 와야만 했던 이유는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 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던 말을 들었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적었다.

이어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수능을 약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다.

당시 A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숙명여대 일부 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A씨에 대한 비난·혐오 발언을 이어가자, 이에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낀 A씨는 입학을 포기했다.

A씨가 입학 포기 결정을 내리기 전 일부 학생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면서 '트젠 여러분, 저를 보고 용기내서 여기 들어오세요'라고 선전하는 것은 여성교육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A씨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다른 학생은 "왜요? 여자 파이 뺏어먹는 거 두고 보셔도 상관없으세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남성기를 자르고 그 자리에 구멍을 뚫으면 그것이 질인가요? 그저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하는 자위도구겠죠"라는 낯뜨거운 혐오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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