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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본 불매가 한국 살렸다"..부산항 패스한 공포의 日 크루즈

이에스더 입력 2020.02.09. 05:01 수정 2020.02.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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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입은 일본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가운데 국내 항구로 조만간 입항 예정인 국제 크루즈 선박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일본 보건당국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내 감염 의심자들에 대한 검사 결과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3명 추가로 확인됐다. 전날 41명의 승객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또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 크루즈 내에서 감염된 사람만 이날까지 64명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3700여명을 태운 이 크루즈는 지난달 20일 일본 요코하마항을 출발해 홍콩과 동남아 지역을 운항했다. 이 배에 승선했던 홍콩 국적 남성(80)이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승객이 어디에서 감염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배는 일본의 수도 도쿄 인근인 요코하마항에 봉쇄된 채 정박해 있다.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 최대 잠복기인 14일동안 탑승객 3700여명을 크루즈 내에 머물게 할 계획이다. 크루즈 내에서 확진자가 속속 나타면서 감염된 승객이 내릴 경우 지역사회 감염원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크루즈 내에 격리 중인 한 승객이 객실 내 발코니에 서있다. 이 배에 탄 승객과 승무원 3700여명은 최대 격리기간인 14일간 배 안에 머물러야 한다.[AFP=연합뉴스]

크루즈선 내에는 객실, 식당, 수영장, 사우나, 운동시설, 공연시설 등이 갖춰져있다. 승객들은 배 안에서 먹고, 자고, 놀다가 중간 기착지마다 내려 관광을 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승객들이 식당 등 폐쇄된 실내 공간에 장시간 머물게 되는 구조가 바이러스 전파를 부추겼다고 보고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배에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가 없어 걱정된다. 크루즈선은 내부가 굉장히 좁다. 승객 동선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것으로 본다. 폐쇄된 공간이다 보니 손님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돌아다니기 때문에 대규모 감염 위험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이 크루즈가 부산항에 종종 들렀지만, 이번에는 일본 불매 운동 때문에 오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이 크루즈선은 지난해 4월 부산항을 출발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도착했다. 6박 7일의 여행 비용은 숙박비ㆍ식비 등을 모두 포함해 130여만원이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승객 상당수가 한국인으로 채워졌다. 이번 여행상품도 예년같으면 부산항에 머무르며 부산 관광을 원하는 승객들을 내려줬을테지만, 일본 불매 운동으로 국내 수요가 급감하면서 부산을 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호사카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크루즈선이 상당히 유명하다. 그래서 불매운동이 없었더라면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거기에 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라며 “일본의 요코하마를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부산에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부산은 들르지 않았다. 일본 불매운동이 우리를 보호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크루즈선에 탑승한 한국인 14명 중에선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일본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크루즈 선내를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승객이 촬영했다. [AP=연힙뉴스]


부산항에 중국 출발과 기항이 전면 중단된 국제 크루즈선들이 부산에 기항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총 3척의 크루즈가 당초 예정에 없이 부산항에 들어왔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3척의 크루즈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부두에 들어왔다. 3척 모두 크루즈 승객은 하선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6일 부산항에 기항한 크루즈는 승무원이 하선을 원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하선을 막았다”며 “생필품과 기름만 공급받은 채 부산항을 떠났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13일, 17일에도 예정에 없던 크루즈가 1척씩 부산항을 찾는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중국에 이어 대만 역시 입항이 금지되면서 부산으로 뱃머리를 돌린 크루즈”라며 “3척 모두 크루즈 승객이 하선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루즈에 격리중인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데크 위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2월 중순부터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국제 크루즈선이다. 2월에 4척, 3월에 8척, 4월 22척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크루즈 1척에는 적게는 1000여명, 많게는 4000여명까지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온다. 기항은 통상 항구에 들어와 몇 시간 내지 하루 정도 있다 떠나지만, 입항은 승객이 배에서 내리고 며칠간 체류한다.

정부는 3단계에 걸친 방역망을 운영하기로 했다. 입항 허가가 떨어지면 검역관이 크루즈에 탑승해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과 중국 경유자 등을 전수 조사한다. 의심 환자는 배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선박에 격리한다.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입국심사를 받는 터미널에서 발열 체크를 해 한번 더 걸러낸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배 안에 환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내리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ㆍ정종훈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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