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섬' 공포의 日크루즈..청소 없고 진료는 3시간 대기

김예진 2020. 2. 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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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11일에야 고령자 등 일부 탑승자 병원 이송 방침
"선내 환경 정비해 달라 "승객들, 日후생노동성에 요청서 전달
한국인도 14명 탑승..대사관 "정기적으로 확인"
[요코하마=AP/뉴시스]지난 9일 일본 도쿄 남쪽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발코니에 승객 한 명이 나와 밖을 바라보고 있다. 2020.02.10.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무려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격리된 대형 크루즈(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당초 3711명을 태우고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이 크루즈는 장기 선내 격리와 확진자 폭증 사태로 '신종 코로나의 섬' 또는 '신종 코로나 감옥소'가 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11일부터 고령자 등 일부 승객을 국내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으나, 탑승자 모두가 내리지 않는 이상 공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크루즈 내 공포

11일 아사히 신문은 현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하고 있는 간사이(関西) 지방 거주 회사원 남성(60)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크루즈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남성은 "감염증 확산이 끝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 남성에 따르면 격리자들이 머물고 있는 실내 청소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거실의 침대 시트를 갈고 화장실 청소도 객실에 있는 브러시로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병인 당뇨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했음에도, 지난 9일 5일 만에 겨우 약을 받아 복용했다고 전했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했다.

남편과 둘이서 크루즈 내에 격리돼 있는 한 여성(54)도 신문과의인터뷰에서 며칠 전 38.5도의 고열이 발생한 적 있다고 밝혔다. 관절 통증 등 인플루엔자 같은 증상도 동반됐다.

이에 따라 예약을 하고 객실에서 3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의무실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의무실에는 발열을 호소하는 사람으로 붐비고 있어 또 다시 30분 간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진찰을 받은 후에는 타미플루를 처방 받아 열이 내렸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요구하자 긴급성이 없다고 거절 당했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이 여성의 지인은 비슷한 시기에 고열을 호소해도 하루 동안 진찰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발열(증상)에도 대응 차가 있고 설명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10일 65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따라 당초 3711명이 탑승했던 이 크루즈에서만 총 135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외국인 승객도 불안 증폭 "내리고 싶다"

11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미국인 여성(37) 승객과 인터뷰를 전했다. 이 여성은 "어린 딸이 있기 때문에 감염이 무척 무섭다. 지금 당장 배에서 내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선내에서는 하루에 몇 번 씩 일본어와 영어로 된 방송을 하고 있으나 정보량이 많지 않다고. 외국인 승객들은 SNS를 통해 다른 외국인 승객이나 병원으로 이송된 외국인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각국 대사관들도 대응에 쫓기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주일 한국 대사관은 전화 등으로 한국인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크루즈에 탑승한 한국인은 14명(승객 9명·승무원 5명)으로 알려졌다. 지병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부족하다는 사람이 있어 일본 외무성 측에 약 요청을 전달했다고 한다. 주일 한국 대사관은 "일본 정부에 협력해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참을 수 없는 크루즈 승객들, 日후생노동성에 요청서 전달

불안한 승객들은 선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선내 후생노동성 직원에게 전달했다.

요청서는 ▲보건사 등 전문직이 없다 ▲승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창구가 적다 ▲정보 제공 불충분으로 (승객들 간)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침대) 시트 교환 등 실내 청소가 없으며생활 환경이 악화 등 6가지 항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선내에는 10일 밤 기준 일본 정부의 재해파견의료팀(DMAT), 재해파견정신의료팀(DPAT), 방위성 등에서 파견한 의사 29명, 간호사 18명, 약사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3700여명의 승내 인원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약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은 승객의 요구에 따라 당뇨, 심장병 등 1250인분의 약을 10일까지 투입했다. 그럼에도 10일까지 600인분의 약이 도착하지 않았다.

[요코하마=AP/뉴시스]지난 9일 일본 도쿄 남쪽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주변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0.02.10.

◇크루즈 내 3차, 4차 감염 우려

크루즈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날이 갈수로 폭증하자 선내 3차, 4차 감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기 감염 의혹까지 부상하고 있다.

11일 마이니치 신문은 도야마(富山)현 위생연구소의 오오이시 가즈노리(大石和徳) 소장을 인용 "하선 후 감염이 확인된 홍콩 남성으로부터 감염만으로는 (크루즈 감염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3차, 4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위생 당국은 해당 크루즈에 탑승했다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이 이달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크루즈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지난 3일부터 격리돼 조사가 시작됐다.

다만, 하루키 고스케(春木宏介) 독쿄(獨協) 의료대학 사이타마(埼玉) 센터 감염증학 교수는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복기간이 지날 때 까지 건강 관리를 하며 선내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좁은 객실에 장기간 체재할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심부정맥 혈전증) 등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크루즈 전수조사? 日정부, 11일부터 일부 승객 하선 방침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승객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위험이 높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일부 하선시킬 방침을 굳혔다. 배에서 내린 고령자는 병원 등으로 이송한다.

3700여명의 승객 모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오랜 기간 동안 선내 대기를 계속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선내 처음으로 확진자가 확인된 5일부터 14일 내 선내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자와 지병이 있는 사람도 많아 이들의 건강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고령자 등 건강 위험이 높은 사람을 우선 하선시킬 방침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선내 전수검사와 관련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에 대해 "현재 상황으로서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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