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4월 총선 앞두고..지소미아 폐기론, 청와대서 급부상

서승욱 입력 2020.02.12. 05:00 수정 2020.02.1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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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양보 없자 또 "종료해야"
총선 앞두고 대일 강경론 재부상 조짐
"언제든 종료 가능" 강경화도 강경 발언
靑, "3월중 지소미아 종료 최종 결정 논의중"
외교부,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 우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강화를 둘러싼 한·일 양국 간 논의가 3개월째 큰 진전이 없는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주장이 재부상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이에 따라 한·일은 물론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이어 지소미아 이슈로 인한 외교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내엔 청와대의 방침을 우려하는 기류도 일부 있어 자칫 정부 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열린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제막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왼쪽)이 아베 총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일 및 한·미·일 관계에 밝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청와대 내부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해 11월 한·일 산업당국간 협상 재개를 이유로 종료를 유예했던 지소미아를 다시 종료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 강하게 나왔고,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외교부 상층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난 6일 내신 기자회견에서 나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강경 발언도 이같은 청와대 내부 기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당시 회견에서 "(종료 유예는) 종료 결정의 효과를 잠정적으로 정지시켜 놓은 것으로 우리는 언제든지 종료 효과를 재가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국익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권리) 행사를 할 것", "수출 당국의 대화가 있었지만 우리가 바라고 있는 지난해 7월 1일 이전 상황(수출 규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건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징용판결과 관련해 압류된 일본기업 재산의 현금화 문제와 함께 한·일관계의 뇌관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예고된 날짜'가 오기 전에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자는 맥락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예고된 날짜'와 관련, 이 관계자는 "3.1절에 어떤 형태로든 대일 메시지가 나올 텐데 늦어도 3월 중엔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최종 결정할 경우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막판 협상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외에 지소미아 종료 문제도 미 백악관 측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당시 지소미아 종료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 소식통은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전술적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지소미아 종료까지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지난해 11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선언을 사실상 '지소미아 유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치러야 할 외교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청와대의 방침대로 3월 중 지소미아 종료 이슈가 재부상할 경우 결과적으로 4월 총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 내부에서 지소미아 종료 주장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외교안보 및 정무 라인의 젊은 참모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강경론에 다시 시동이 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동 대응, 7월 도쿄 올림픽 등 한·일 간 협력 사항이 많은 상황에서 일본 측이 수출 규제에 전향적 입장을 취했으면 좋겠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반일(反日) 분위기를 이용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당장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소미아는 조건부 연장을 했고, 정상회담도 했고, 국장급 대화도 진행 중인데 지소미아를 파기한다는 건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강화하고,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자 8월 말 한국은 그해 11월 종료되는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일본에 통보했다.

이후 한·미·일 공조의 균열을 우려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은 협정 기한(11월 23일 0시) 만료 직전 "언제든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직전 '포토 레지스트' 1개 품목에 한정해 수출 절차를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같은 달 도쿄에서 열린 산업당국간 국장급 정책 대화 때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추가로 열자'고 합의했던 정책 대화는 아직 개최되지 않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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