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처럼 편하고 싶다"..靑게시판 글에 소방관들 분노

심동준 2020. 2.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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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따른 휴식, 순찰 중 자는 것과 비교 부당"
"편히 잔다는 건 터무니 없어..소방공무원 모독"
靑게시판 "소방처럼 편하게 일하고 싶다" 주장
근무 소홀 경관 무더기 경고후 게시..견해 분분
[서울=뉴시스] 지난 9일 청와대 홈페이지 토론방에 오른 게시물. 2020.02.12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근무시간에 순찰차를 세우고 잠을 자는 등의 사유로 지역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경고 처분을 받은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경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 글에는 경찰 근무를 소방과 비교하면서 "(소방처럼)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등 내용이 담겨있어 현장 소방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2일 뉴시스와 통화한 일부 현장 소방관들은 문제의 게시물에 대해 "화재 등 상황에 대기하는 것과 순찰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지역 한 소방관은 "화재 출동 등을 위해 대기하는 장소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상의 상태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소방관은 "규정에 따라 휴식하는 것을 순찰 중 잠을 자는 것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쉬더라도 대기 중 잠시 휴식하는 것이지 자리깔고 푹 자는 경우는 없다"고 토로했다.

비수도권 지역 다른 소방관 또한 "밤새 일하는 소방관이 편히 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대부분 소방공무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현장 경찰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거나 '개인 주장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목소리 등도 있었다. 다만 다른 기관이 더 편하다는 식으로 접근해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소방관은 "경찰공무원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처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인데 경찰만 힘들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난 지난 10일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화면제공=서울 강서소방서)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다른 간부급 소방관은 "소방도 경찰도 밤샘 근무를 하는 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누가 더 고생한다는 식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닌 듯하다"고 봤다.

앞서 지난 9일 청와대 홈페이지 토론방에는 '경찰관도 소방관처럼 대우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오르면서 논란이 됐다.

게시물에는 "소방파출소는 밤에 신고 출동이 거의 없고 소방차보관소 셔터 문을 닫아놓고 대기소에서 이불 깔고 편안하게 잠을 자도 영웅 대접을 받는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또 "경찰은 밤새 신고출동 순찰차에서 쪼그려 잠을 자도 징계 먹는다", "소방처럼 편하게 일하고 싶다", "경찰은 일이 복잡하고 힘들지만 소방은 업무 자체가 간단하고 신고도 적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적혔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가 경찰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측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실제 작성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글은 최근 지역 경찰관들이 기본근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이후 게시되면서 반발 성격으로 오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북경찰청은 A경위 등 15명에 대해 감찰 조사 후 경고 처분을 했다.

[서울=뉴시스]김근현 수습기자 = 서울관악경찰서 경찰들이 지난해 12월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일대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19.12.16.khkim@newsis.com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경찰은 A경위 등은 지난달 20일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근무시간에 순찰차를 세우고 잠을 자거나 사무실 불을 끈 채 쉬다가 적발됐다고 전했다.

일부는 순찰 구역을 벗어나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만두를 사들고 현장에 나간 뒤 10여분 현장 조사를 하고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경찰은 감찰 조사에 착수, 일지와 근무 내용을 비교한 뒤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해 별도 징계위원회 개최 없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견해는 경찰 조직 내에서도 다양하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순찰차에서 잠잔 것 적발하려면 4시간 대기시간 보장하고 해라", "잘못이 있으면 경고를 주는 것이 맞지만 징계로 끝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등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또 "쪽잠 잤다고 경고 주는 것은 지역 경찰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횡포", "여건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야간 근무 때문에 병이 오는 것도 사실"이라는 등의 토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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