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약점 잡겠다"며..쓰레기통 기저귀까지 뒤져

나세웅 입력 2020. 2. 12. 19:49 수정 2020. 2.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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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사찰 문건 입수하고 직접 확인 취재한 나세웅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 더 해보겠습니다.

국정원이 서버에 봉인하고 공개를 거부한 문서들인데, 결국 소송까지 가서 이긴 거군요?

◀ 기자 ▶

맞습니다.

사실상 소송에 가야했고 2년 넘게 걸렸습니다.

사실 국정원이 광범위하게 민간인들을 사찰했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문제는 이 불법 사찰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사후보고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불법 사찰 문건들을 국정원에 꽁꽁 감춰져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어떤 문서가 있다 없다조차 기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MBC는 그동안 취재하면서 알게 된 국정원 문건의 제목들을 명진 스님 측에 제공했고, 승소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서른 개의 문건 제목을 확인했는데, 공개된 건 13개 정도, 그것도 군데군데 삭제된 상태로 받았습니다.

저희가 알지 못하는 사찰과 공작 문서가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 앵커 ▶

명진 스님 문건은 빙산의 일각일 테고, 국정원이 봉인해 갖고 있는 불법 사찰 문서는 훨씬 방대하다고 봐야겠군요?

◀ 기자 ▶

사실 이 사찰의 전체 규모나 문건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찰 대상자만 해도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 등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문건 내용이 악의적이고 근거가 없다는 점이 더 문제입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좌파인물들의 이중 행태>라는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증거 제시가 어려운 이른바 '설'은 인터넷으로 의혹을 적극 유포하겠다고 했습니다.

국정원이 나서서 사실상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얘기입니다.

[명진] "황당한 거죠 난 전혀 몰랐어요. 여러 소문이 많았어. 식당에 있는 여자하고 뭘 해가지고 애가 둘이고. 망신을 주겠다는 거죠."

제가 취재했던 사건들 중에는 웃을 수 없는 황당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건데요.

국정원 방첩국 그러니까 간첩을 잡는 곳이거든요.

이곳 소속 최정예 요원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갓난아기 기저귀까지 가져갔습니다.

야권 인사의 혼외자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선데, 그래서 갓난아기 대소변으로 DNA 검사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잘못된 첩보였던 것이죠.

국정원은 이런 황당하고 악의적인 불법 문서들을 피해 당사자에게 공개도 하지 안고, 봉인해서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겁니다.

◀ 앵커 ▶

현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 파트를 없애고 개혁을 약속했잖아요.

개혁이 충분하지 않은 건가요?

◀ 기자 ▶

국내 정보 파트는 없어졌습니다만 앞으로 사찰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요.

우선 국내 파트가 아니라 간첩 잡는 방첩국도 이런 불법 사찰을 광범위하게 했습니다.

국내 파트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국정원은 사찰 문건들을 모두 봉인했으니 앞으로 악용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게 계속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들에게는 굉장히 큰 심리적 고문입니다.

기밀로 봉인할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공개하고 심사해서 폐기하는, 과감하고 당연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국정원 개혁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물 건너간 국정원법 개정이 다음 국회에서는 꼭 이뤄져야,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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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웅 기자 (salt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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