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헌법 위에 김정은 심기 있나

윤형준 정치부 기자 입력 2020. 2. 1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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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준 정치부 기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12일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의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되는 이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공천하는 것이, 안보를 중시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한국당이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영입하며 서울 지역구에 공천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범여권 현역 의원이 공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천 의원은 태 전 공사 영입에 대해 "남북 간의 역사적 합의에 대한 부정이자 북한에 대한 전면전 선포"라며 공천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중당 역시 전날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발은 태 전 공사를 보는 여권의 시각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태 전 공사의 행보 하나하나를 걸고 넘어졌다. 태 전 공사가 지난 2018년 국회에서 강연을 하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국에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했다. 김경협 의원도 "태 전 공사가 기자회견하며 북한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고 했다. 이번 영입을 두고도 친문(親文) 성향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카페는 태 전 공사와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종북(從北) 몰이'하던 한국당이 진짜 '공산주의자'를 영입했다" "태영호가 간첩일 수도 있다"는 글이 다수였다. 태 전 공사가 범죄자라는 북한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그대로 옮겨 나른 글도 많았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약 1년 동안 국정원 산하 싱크탱크에서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다 사퇴했다. 친문 네티즌 주장대로라면 문 대통령부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태 전 공사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천 의원 주장은 헌법 가치를 부정한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상, 탈북민 역시 엄연한 우리 국민이다. 또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추구권을, 25조에서 공무담임권을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8년 전 김일성대 출신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전례도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 5선 의원인 천 의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태 전 공사 출마가 올바른 남북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권 주장처럼 장애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건 유권자가 판단할 일이고, 태 전 공사 역시 지역구에 출마해 심판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전면전' 운운하며 태 전 공사 출마 자체를 부정하는 이에겐 이렇게 반문(反問)할 수밖에 없겠다. 대한민국 헌법이 중요한가, 김정은 심기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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