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로 아들 잃은 판사 엄마, 나이지리아 거리서 교통정리

연선옥 기자 2020. 2. 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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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판사인 모니카 동반 멘셈(62)은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에 나간다. 나이지리아도로안전국(NRSC) 로고가 박힌 파란색 조끼를 입고 교통정리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는 9년 전 뺑소니 사고로 당시 32세였던 아들을 잃었다.

나이지리아의 도로 상황은 심각한 체증과 잦은 사고로 악명 높다. 다른 운전자에게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 운전 습관과 열악한 도로 상황 때문이다. 감시카메라는 물론 신호등조차 설치되지 않은 도로가 많고 상당수 운전자는 무면허다. 인구 2억의 나이지리아에 등록된 차량은 2500만대인데, 매년 교통사고로 5000~6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9년 전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고 교통정리 활동을 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판사 멘셈./BBC

멘셈의 아들은 조스시 거리에서 사고를 당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아들 사고를 본 목격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4년 전 처음 이 거리를 찾았다가 멘셈은 충격을 받았다.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 수많은 차들이 뒤엉켜 경적을 울려댔는데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멘셈은 몇 주동안의 교육을 받고 교통안내원 자격을 얻었다. 낡은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열기 속에서 교통안내 일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활동으로 교통사고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라고 있다.

그의 아들은 법조인인 엄마의 대를 이어 조스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끔찍한 교통사고로 검사를 꿈꾸던 아들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 남부 라고스의 도로 모습. 심각한 교통 정체로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러브월드

멘셈은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뺑소니 사고로 최고 14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처벌 수위를 종신형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아들이 앉던 식탁에 음식 접시를 놓는다. 아들이 언제든 돌아와 배고프다고 투정하며 식사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꼭 껴안아 줄 것 같아 잠을 포기한 지도 오래다.

그는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는 고통을 다른 엄마들은 겪지 않길 바란다"며 "나이지리아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비극이 멈추는 날 내 책임이 다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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