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코요테와 오소리, 실제로 '절친'

2020. 2. 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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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배수관로 무인카메라 포착
ㆍ앞선 코요테, 뒤따르는 오소리
ㆍ‘사냥 협력’ 정설 이상의 관계
ㆍ“코요테, 원래 교류·놀이 즐겨”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근처의 한 지하관로 입구에서 코요테가 오소리(오른쪽)에게 따라오라고 재촉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페닌슐라 오픈스페이스 트러스트’ 트위터

#포식자인 코요테가 마치 산책을 나가기 전 신이 난 반려견처럼 꼬리를 흔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누군가를 재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먹이사슬에서 코요테보다 아래인 오소리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오자 코요테는 안심한 듯 배수관로 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오소리도 이를 따른다.

최근 트위터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영화 <라이언킹>에나 나올 법한 동물들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은 포식자와 피식자인 이들이 친구처럼 동행하는 모습에 신기하고 흐뭇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말 새벽에 촬영된 이 영상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페닌슐라 오픈스페이스 트러스트’가 지난 4일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이 단체는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산맥의 고속도로 아래 배수관로가 야생동물의 생태통로로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무인카메라를 통해 코요테와 오소리의 동행 모습을 우연히 포착했다. 포식자, 피식자인 두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을 이동통로로 함께 이용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미국 서부에서는 코요테와 오소리들이 소형 포유류를 함께 잡는다는 사실이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오소리가 땅속에서 설치류 등 소형 포유류의 굴을 파헤치고, 먹잇감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코요테가 잡는 방식으로, 각자 사냥을 할 때보다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이는 미국 원주민들 사이에도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코요테와 오소리의 관계를 기존에 과학자들은 야생동물끼리 서로의 이익을 위해 기계적으로 협력하는 수준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영상을 접한 과학자들 중에는 동물들이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닌 친밀한 파트너 관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행동생태학자인 제니퍼 캠벨 스미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에서 “두 마리가 아무 감정 없이 서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친구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두 야생동물은 서로 파트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코요테가 즐거운 듯이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이고 오소리에게 “이쪽이야”라고 말하듯이 갈 방향을 알려주며, 오소리도 자연스럽게 코요테를 따라간다는 것이 그 증거다.

코요테 연구자인 버지니아공대의 보전생물학자 메건 드래헤임은 “이 영상에서 놀이를 좋아하는 코요테의 습성도 엿볼 수 있다”며 “코요테는 주위 동물들과 교류하기를 즐기고, 우리가 키우는 반려견처럼 놀기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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