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버틸 수가 없다"..롯데쇼핑, 매장 200여 곳 폐점

권애리 기자 입력 2020. 2. 14. 09:42 수정 2020. 2.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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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흔드는 온라인..유통업 지각변동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롯데가 전국 백화점, 마트, 롯데슈퍼 이런 매장 200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정말 격세지감이란 말은 이럴 때 쓰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경제부 기자가 됐던 몇 년 전만 해도 장 보러 간다고 하면 마트 가는 거라는 분위기가 너무 커져서요.

전통시장이랑 동네슈퍼가 손님을 뺏겨서 큰일이다. 이런 게 유통 단골 뉴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트냐 슈퍼냐 전통시장이냐가 아니라 오프라인은 사실상 모두 위기를 겪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로 유통이란 영역 자체가 빠르게 흡수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는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대세에 버틸 수가 없다. 우리나라 최대 유통 기업도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드럭스토어를 포함해서 700여 개 롯데 점포가 지금 있는데요,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앞으로 3년, 길어도 5년 안에 200곳가량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30% 수준입니다.

1979년 롯데쇼핑 창사 이래 이렇게 대규모로 점포 문을 닫는 구조조정은 처음입니다. 롯데쇼핑은 어제(13일) 작년 실적도 같이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어닝 쇼크'라고 하죠. 시장을 놀라게 하는 수준의 저조한 실적이 나왔습니다. 무려 8천5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봤습니다. 손실폭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최근 몇 년간 계속 급격히 커져왔습니다.

<앵커>

200곳이면 일하는 분들 숫자도 상당할 텐데요,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기자>

그렇죠. 일단 롯데쇼핑은 장사가 잘 안 되는 점포들을 몇 년에 걸쳐서 차차 줄여나갈 뿐이다. 사람은 줄이지 않고 재배치하겠다고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200개 점포가 3년에서 5년 안에 사라지는데, 거기서 일하던 수천 명의 인원을 그대로 고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

최소한 이 인원들을 재배치하겠다고 하면 새로운 인력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이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업종 중에 하나인데요, 이렇게 전통적인 도소매업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서 일자리 창출 기능도 분명히 축소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이미 2018년까지 8년간 우리나라의 도소매 취업자 수가 연평균 1만 6천 명씩 줄어 들어왔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한 적도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이름을 따서 이른바 '아마존 효과'라고도 부르는 현상입니다. 사실상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이 더 점점 빨라지고, 커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유통도 일자리 창출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건비가 덜 드는 게 온라인이 그렇게 저렴하게 팔 수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죠.

그리고 온라인 고용은 기존의 유통업 고용이랑 바로 겹치지가 않잖아요. 이를테면 마트 캐셔 같은 분들 온라인 유통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환영받진 못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대규모로 일자리가 있던 곳에서 급격하게 그 일자리들이 사라질 때 그 반대편으로 바로 건너가기는 또 쉽지 않은, 그야말로 새 영역인 거죠.

<앵커>

그리고 이 문제가 롯데만의 문제는 아닌 게 또 문제인 거잖아요.

<기자>

네. 어제 이마트도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무려 7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대형마트들 작년에 통큰치킨 부활, 4900원 와인, 그야말로 큰 기업들이나 할 수 있는 박리다매 저가 경쟁을 하면서 몸부림을 쳤지만, 반전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롯데 같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마트도 구조 조정하고 있습니다. 보유 브랜드 중에서 일본의 잡화점 체인을 벤치마킹해서 시작한 '삐에로쇼핑' 2년 만에 철수하고요.

수익이 안 나는 점포들 곳곳을 폐점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내놨습니다. 대장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신호라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일자리 축소 문제도 점점 더 현실로, 피부로 다가올 겁니다. 온라인 유통으로의 이동은 대세지만요. 최근에 일어난 일 중에서는 코로나19 사태도 이런 분위기를 빨라지게 할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불안이 급속도로 커진 설 연휴 직후에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에서 구매 패턴을 보면 유독 급증한 연령대가 5060 중년층 이상입니다.

쇼핑도 습관이죠. 한 번 익숙해지고 "이거 편리하다. 싸네, 할 만하네." 하면서 과거의 습관과 멀어질 정도의 기간이 좀 지나면 그렇지 않아도 작년, 재작년에도 진행 중이었던 시니어층의 온라인 쇼핑 합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걸로 예상되고요.

올해 나타날 유통업의 지각변동 더 격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걸로 꼽힙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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