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해 못살아" 도어록 부쉈다..러 환자 잇단 격리시설 탈출

신혜연 입력 2020. 2. 14. 16:54 수정 2020. 2. 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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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서 뛰어내려, 도어록 부수고 탈출
열악한 환자 관리 실태 도마에 올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격리 병동에서 러시아인 환자 두 명이 최근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A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러시아에서 격리시설에 갇혀있던 여성 두 명은 각기 시설을 몰래 빠져나갔다.

14일 한 남성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보트킨 종합병원 옆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담당 의료 기관인 이곳에서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방문한 뒤 격리 중인 여성이 디지털도어락을 부순 뒤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P=뉴시스]

구젤 네달(34)은 중국 하이난을 방문한 뒤 자신의 아들이 고열과 기침 증세 보여 병원을 찾았다. 아들은 호흡기 질환 진단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검사도 함께 받았는데, 아들이 완쾌된 후에도 병원 측에서 퇴원시켜주지 않았다는 게 네달의 주장이다. 입원 닷새째에 임신 사실 알게 된 네달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집으로 도주했다.

러시아 경찰이 네달의 집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그냥 돌아갔다.

병원을 탈출한 두 번째 여성은 알라 일리냐(32)다. BBC에 따르면 일리냐는 중국 하이난을 방문한 뒤 1월 말 러시아로 귀국했다. 러시아 입국 당시 목이 아픈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지난 6일 구급차를 불러 상트페테르부르크 보트킨 종합병원에 입원한 뒤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14일간 격리 조치를 권했다.

러시아 격리병동에서 도주한 일리 알리나. [일리 알리나 인스타그램]


일리냐는 이를 무시하고 병실 디지털도어락을 부순 뒤 집으로 달아났다. 걸리지 않기 위해 병원 구조도까지 그려가며 만전을 기했다고, BBC는 전했다.

일리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격리 병실은 책, 샴푸도 없고 휴지통도 비워지지 않는 등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도망친 뒤에도 병원과 당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리냐는 현재까지 병원으로 돌아가라는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집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격리병동의 열악한 실태와 부실한 환자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현지 온라인 매체 폰타카는 일리냐가 격리됐던 병원 환자들이 "일리냐처럼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고, "우리가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적은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일리냐의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국가별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4일 기준으로 러시아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 2명 모두 완치 돼 퇴원한 상태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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