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개는 숙여놓고.."어떻게 인종차별이라 생각하나"

이준희 입력 2020.02.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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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안내문을 한글로만 적어서,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네덜란드 항공사 KLM.

임원들이 오늘 한국을 직접 찾아서, 공식 사과 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것 까진 좋았는데, 정작 문제가 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순 실수였다는 말만 반복해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한글로만 적힌 메모.

여객기에는 외국인이 더 많았는데도 한국인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로 적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습니다.

[KLM 부사무장/(2월 11일)] "지금 아시아의 상황을 보면 보건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있어요." (왜 한국어로만 썼나요?) "저희가 깜빡했어요. 제가 깜빡했어요."

죄송하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지만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해외 사이트로까지 번져 나가자 결국,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총괄하는 프랑스인 사장 등 본사 임원들과 한국지사장이 참석해 90도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기욤 글래스/KLM 지사장(한국·일본 총괄)] "이번 기회를 통해 해당 항공기의 승객 여러분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

본사 수석 부사장이 당시 탑승한 승무원들을 직접 면담하고, 전 세계 KLM 승무원에게 이 사건을 전파하겠다며, 승무원 전용 화장실 사용은 앞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회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사과'가 아니라 '실수'였습니다.

메모를 한글로만 적은 것도 인종차별이 아니라 실수였고,

[기욤 글래스/KLM 지사장(한국·일본 총괄)] "인종차별이 아니라 (영어를 기재하는 것을 빠뜨린) 단순히 어리석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제보자에게 해당 메모를 찍은 사진을 지우라고 한 것도 증거를 없애려던 게 아니라 실수였다고 했습니다.

[기욤 글래스/KLM 지사장(한국·일본 총괄)] "(규정에도 없이) 승객에게 사진을 지우라고 요청했는데요. 승무원의 실수였습니다."

심지어 한글 메모를 쓴 한국인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말까지 했습니다.

[기욤 글래스/KLM 지사장(한국·일본 총괄)] "네덜란드 승무원과 한국인 승무원 간에 미스커뮤니케이션(오해)이 있지는 않았는지 이런 것들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를 공유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말로 사실상 거부했고, 한국보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더 많은데 승무원이 어떻게 인종차별을 떠올렸겠느냐며,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로 생각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효 / 영상편집 : 우성호)

이준희 기자 (letsw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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