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 확산 또 하나의 변수 '1억7000만 농민공'

서유진 입력 2020.02.15. 10:14 수정 2020.02.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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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고향간 채 발 묶인 이들..특별수송차량 운영하기도
일자리 복귀못한 이들에게 온라인 교육도
중국 내 누적 확진자 6만6000명 돌파

중국에는 약 2억9000명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노동자)이 있다. 이들 중에서 약 1억7000만명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일하고 있다.

외지에서 일하던 농민공 1억7000만명의 상당수는 춘제(설) 연휴가 되면 고향에 간다. 고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장기간 머물다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게 매년 벌어지는 일이다. 춘제 기간 이동은 워낙 규모가 커서 '춘윈(春運)'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사람의 물결이 중국을 덮는 시기다.

중국의 농촌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한 농민공들이 주거지를 배회하고 있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는 진작 끝났지만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1억7000만명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때가 늦춰지며 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농민공은 당장 밥벌이를 할 수 없어 괴롭다. 이들 중 일부는 일터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골칫거리다. 중국 보건 당국은 농민공을 분산해 수송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농민공의 이동으로 코로나 19가 퍼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15일 중국 신경보 등에 따르면 중국 농민공의 귀성이 코로나 19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됐다. 중국 인사부 통계공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내 농민공은 2억8836만 명으로 이 중 '외출 농민공(외지에서 일하는 농민공)'은 1억7266만 명이다.
베이징사범대학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대거 움직이는 데 따른 코로나 19 전파 위험을 제거하거나 낮추기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1억7000여만 명의 인구 이동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들이 이동하게 되면 기차·고속버스·비행기를 타고 움직일 텐데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바이러스 전파를 유발하기 쉽다.

신경보에 따르면 쓰촨·안후이·산둥·헤이룽장 등은 농민공의 일터 복귀에 따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11일 귀성하는 농민공을 대상으로 직접 수송을 한다고 밝혔다. 12일 이 차량에 대해서는 '주차하지 않고 검사하지 않고 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쓰촨성에서는 농민공을 호송해 일터로 복귀시키는 원스톱 운송 서비스가 시작됐다. 탑승 전에 이들은 본인과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적이 없음을 증명하는 '건강증명서'와 '복귀 등록표'를 제시해 귀성 복귀자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안후이 성의 경우 전염병 예방 능력을 갖춘 의료 기관에 가서 무료 건강 검진을 받고 건강 기록표를 발행받으라고 농민공들에게 요구했다. 승차 시에는 마스크를 쓴다는 전제하에 탑승이 가능하다.

현재 상당수 중국 기업은 근로자 미복귀로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 사업장도 전염 확산을 우려해 가동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농민공들이 돌아와도 코로나 19 위험 지역에서 돌아온 노동자들은 7∼14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용공황’(用工荒·일손 부족사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우창시에서 버스 8000여대가 멈춰있는 모습. [신화망]

특별 차량을 제외하면 이동할 수단 자체도 마땅치 않다. 상당수 도시가 봉쇄식으로 도시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도시는 외지에서 들어오는 철도와 도로 등의 교통 편을 아예 중단시켰다. 신화망은 14일 우창시의 한 지역에 버스 8000여대가 멈춰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코로나 19의 단면을 잘 드러내는 사진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농민공들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둥성에서는 농민공들이 온라인 훈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훈련 참가 시 생활비를 보조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가 각각 1500명과 6만6000명을 넘어섰다. 15일 텐센트 산하 의료 정보 사이트인 DXY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재까지 중국에서 누적 사망자는 1521명, 누적 확진자는 6만6376명을 돌파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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