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통 끝에 보수통합 마침표 임박..'황교안 체제' 난제도 산적

박준호 입력 2020.02.15. 13:3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장기표 등 시민단체 인사 줄사퇴로 통합 효과 반감
공관위 증원, 선대위 구성 등 놓고 잡음 나올 수도
'황교안 체제' 유지 맞물려 한국당 기득권 논란 일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병국, 정운천 새로운보수당 의원,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 대표, 박형준 준비위 공동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준비위원회 6차 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2.1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범중도·보수 계열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새 집'을 짓기로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도처에 가시밭길이 깔려 있어 미래통합당 출범 후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원내 3개 정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출신 옛 안철수계 인사 등 중도세력과 시민단체들은 한 달 간의 산통 끝에 미래통합당(약칭 통합당)을 창당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출범 전부터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통합당이 출범하더라도 공천 지분을 둘러싼 잡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첨예해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공관위 흔들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도로새누리당'을 가장 경계했던 시민사회 단체가 한국당과 같은 편에 서는 촌극도 빚어졌다.

새보수당은 합당을 하더라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체제를 계속 유지하자고 한 반면,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공관위 전면 개편을, 한국당·전진당은 '김형오 공관위' 체제에서 몇몇 위원을 더 보강하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사회쪽에서 21대 국회에 진입하기 위해선 현역 의원 배출이 불가피한 만큼 총선 공천 지분을 의식해 한국당의 공관위를 개편하자고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짙다.

한국당의 경우, 다른 정당과 공천 신청자가 겹치거나 중복되는 지역구를 국민참여경선과 같은 방식으로 교통 정리하게 되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한국당쪽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를 공관위에 배치하기 위해 공관위원 증원을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형준(오른쪽)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당명과 당헌 강령을 협의하는 회의에 참석해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2.13. photothink@newsis.com

한국당 당규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선거인단 유효투표결과 50%,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고 100% 국민참여경선을 치를 경우 그동안 당원 모집에 사활을 걸었던 한국당 의원들이나 원외위원장들이 불만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야권의 한 의원은 "어떻게든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공관위원 자리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공천 지분을) 나눠먹기 하는 모습으로 가면 안 되는게 그게 어떻게 보면 (미래통합당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결국 1(새보수)대 3(한국·전진·시민단체)의 싸움은 일부 공관위원을 증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쪽 인사들이 통준위를 '탈퇴'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됐다.

당장 시민단체 출신들이 일괄 사퇴하며 격하게 반발했다. 장기표 통준위 공동위원장(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비롯해 안형환 미래시민연대 대표, 박준식 자유민주국민연합 사무총장, 안병용 국민통합연대 조직본부장 등 5인의 통준위원은 성명서를 내고 "통합신당 결정 과정에서 부족하지만 통합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혁신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다른 시민사회 인사들도 미래통합당에 합류하지 않게 되면 통합당은 결국 '도로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지 않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쪼개졌던 한국당과 새보수당 의원에 이언주 전진당 대표와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등 옛 안철수계 인사만 참여하는 형태로 신당의 외형이 쪼그라들어 통합 효과도 반감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오세훈(왼쪽 부터) 전 서울시장, 김영환 전 의원, 박형준 혁통위원장,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대표.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결국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천은 민감한 문제인 만큼 통준위 내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통합 신당의 차기 지도부에 공관위원 증원 결정을 위임하는 쪽으로 봉합했다.

통합당 지도부가 '황교안 체제'의 틀을 유지한 채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뒷말이 많다.

새보수당의 기둥 격인 유승민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선거연대 대신 합당을 수용하며 2선으로 물러나 양보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탓에 통합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불참을 선언한 장기표 공동위원장과 통준위원 5명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8명 전원을 인정한 가운데 2~3명을 추가하자고 하는데,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변화와 혁신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며"제정파가 통합해서 새로운 정당을 결성한다면서 기존 정당의 지도부에 2~3명 추가하는 정당, 이것은 새로운 정당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장기표(앞줄 왼쪽부터) 국민의 소리 창당준비위원장,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4.0 대표, 황교안 대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박형준 위원장.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일각에선 선거 국면에서 최고위원회보다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황교안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없진 않다.

과거에는 당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고 공천위원들에게 외압을 넣을 수 있었지만, 황 대표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황 대표가 '혁신 공천'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위해 공천권을 포기하며 사실상 '김형오 공관위'에 모든 공천을 일임한 만큼 힘이 빠질 대로 빠져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당 당헌당규를 고려할 때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의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 추천안을 최고위원회의에 회부하고, 최고위원회의는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추천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단 1회에 한해 3일간 연장할 수 있지만, 지정된 기일 내에 심사를 종료하지 못한 경우 의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한 재선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자를 확정해 최고위원회에 전달하면 최고위에서 의결을 해야 공천이 확정되지만, 황 대표가 공관위의 결정을 거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만약 황 대표나 최고위에서 의결하지 않고 공관위에 공천명단을 돌려보내더라도 공관위가 재추천하면 황 대표는 공관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실익이 없는 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서 통합 신당의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 본인은 '험지' 종로에서 선거운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본인과 당 뿐만 아니라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배가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황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주변 측근이나 참모진들이 자신들의 입지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퇴진을 만류하지 않았겠냐"며 "황 대표가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더라도 지난 1년 간 모습을 보면 통합 신당의 의원들이 황 대표를 보수진영의 차기 지도자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불투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