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째 확진자, 해외 방문·확진자 접촉 정황 없어..'지역사회 감염' 초긴장 ['코로나19' 확산]

이정호·박채영 기자 2020. 2. 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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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5일 만에 29번째 확진자 발생…당국 대응 강화
ㆍ기존 확진자들과 달리 방역체계 관리망 밖에서 나타나 우려
ㆍ일상생활 하며 ‘전파’ 가능성…“검사기준 확대해 조기 발견”

확진자 다녀간 응급실 잠정 페쇄 16일 코로나19의 국내 2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 입구에 방역을 위해 잠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6일 발생한 29번째 확진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에 나간 이력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감염원과 감염 경로를 정확히 짚을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 단계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입원 환자에 대해선 여행 이력과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확진자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중국 등을 다녀온 이력을 파악해 감염의 뿌리를 잡아냈다. 새로운 확진자는 대부분 보건당국의 통제 속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접촉자 중에서 나왔다. 하지만 29번째 확진자 ㄱ씨(82·남성·한국인)는 이런 그물 밖에서 발생했다.

ㄱ씨는 지난 15일 고대안암병원에 내원해 ‘우연히’ 폐렴이 확인되기 전까지, 바이러스 전파력을 가진 ‘경증’ 상태로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ㄱ씨는 약 1주일 전부터 마른기침을 했다. 기침은 침 속에 섞인 바이러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수단이다. 특히 ㄱ씨가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은 채 대학병원에 내원해 음압격리실로 이동하기까지 4시간을 응급실에 머무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에게 더 위험하다는 점에서 ㄱ씨가 평소 다녔던 노인회관 역시 주요 역학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회관은 ㄱ씨의 확진과 상관없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이미 이달 초 폐쇄됐지만, 방역대책본부는 노인회관이 폐쇄되기 전 ㄱ씨에게 전파력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방침이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ㄱ씨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는 이미 해외여행력 등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에도 지난 1월부터 많은 중국인이 들어왔다”면서 “지역사회 감염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폐렴 입원환자 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인불명 폐렴으로 입원 중인 환자는 해외여행과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검사기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폐렴환자에 대한 폭넓은 원인 조사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중요한 수단으로 언급돼 왔다.

이와 별도로 기존 중증호흡기감염병과 계절 독감 표본 감시체계에 코로나19 검사를 추가해 지역사회 감염을 조기에 찾아내는 감시망을 만들고,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는 감염 예방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박 본부장은 밝혔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 5000명분인 진단 시약 생산량을 이달 중 1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은 180~190개, 상급종합병원과 거점병원이 갖고 있는 음압병상은 1027개에 이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만일 ㄱ씨가 접촉자가 아니라면 지역사회 감염의 첫 신호탄”이라면서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을 못해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시작될 일이었다”면서 “폐렴 조사를 하면 분명 숨어 있는 환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태까지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방역의 기초는 확진자를 찾아내고 접촉자를 격리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에는 노인과 만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이 있다”며 “코로나19 치사율이 비교적 낮지만 취약그룹에는 만만히 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호·박채영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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