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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등지는 교사]②교권침해 빈발.."존경도, 신뢰도 못 받을 바엔"

신하영 입력 2020. 02. 17. 01:21 수정 2020. 02. 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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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명퇴예정 교사 6669명..지난해보다 649명 증가
교사 "학원만 맹신하고 학교·교사 무시하는 학생 늘어"
학생인권조례에 상벌제까지 없애..애 먹는 학생지도
연금법 개정도 영향..명퇴하려면 빨리해야 연금 가능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교사 명예퇴직(명퇴) 인원이 해마다 증가하는 원인은 교권추락에서 찾을 수 있다. 교직에서 예전만큼의 보람을 찾지 못하는 교사가 늘면서 명퇴 인원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 명퇴 의향을 가진 교사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라 2021년까지 이를 결정해야 60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1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말 명퇴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는 전국적으로 6669명이다. 이는 지난해 6020명보다 649명(10.8%) 늘어난 수치로 2017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교총에 접수된 작년 교권침해 관련 상담건수는 10년 전 대비 약 2배 증가한 501건이다.(그래픽=뉴시스)


◇10분 기다리게 했다고 교사에게 욕설한 학부모

교단을 등지는 교사가 느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추락이란 게 교육계 중론이다. 교직에서 보람을 느낀다면 명퇴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 교권복지국장은 “교직에서 보람을 얻지 못하고 학생생활지도에선 무력감을 느끼는 교사가 늘고 있다”고 했다.

교총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총 501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249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교권침해 사례를 분석하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3건(48.5%)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은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추락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부모 A씨는 지난해 10월 서대문구의 모 중학교를 방문, 학교폭력 담당교사 B씨와 자녀 담임교사인 C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이날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장소 변경을 통보받지 못해 복도에서 10여분 기다렸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해당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의 행위는 모욕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가 요청하면 관할 교육청은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토록 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서울교육청이 교원지위법 개정 후 교권침해 행위를 경찰에 고발한 첫 사례다.

◇“학생인권만 강조, 수업 방해 학생 지도 어려워”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교권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졌지만 그렇다고 교직에 대한 보람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경남 A고교 김모(60) 교사는 “교직에 회의감이 들어 명퇴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지나치게 교육에 간섭하는 학부모와 학원을 맹신하고 교사를 무시하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교사들의 고민이다. 김동석 본부장은 “학생인권조례나 상·벌점제 폐지로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과거처럼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에게 얼차려를 주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소지품검사금지·집회자유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경기·광주·서울·전북교육청이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경기·경남·강원교육청이 상·벌점제까지 폐지해 교사의 학생지도권한은 더욱 위축됐다. 학생 인권만 강조하면서 교권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퇴직하려면 내년까지”…연금법 개정도 영향

스쿨미투나 숙명여고사태 등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도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부모들(833명 응답)은 학교 교사의 자질·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들이 매긴 교사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5점 만점에 2.79점에 불과했다.

2년 전 고교 교사를 명퇴한 유모(58)씨는 “스쿨미투, 숙명여고 사태 등 일부 교사들의 일탈 행위로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다”며 “30년간 교직에 있었지만 회의감만 들었고 교직에 대한 보람은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도 교사 명퇴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연금법이 연금 지급 연령을 늦추는 내용으로 개정되면서 교사들은 2021년까지 명퇴해야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22년부터는 퇴직 교원의 연금 지급 연령이 1년씩 연차적으로 늦춰진다. 명퇴 의향이 있다면 내년까지는 결정을 해야 연급 수령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여기에 교직에 있는 베이비부머(1958~1962년생) 세대의 퇴직시기가 도래한 점도 명퇴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명퇴신청 자격이 생기는 교직 경력 20년 이상의 교원이 늘었다는 것.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명예퇴직은 정년이 적어도 1년 이상 남은 교사들이 신청하기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그 대상”이라며 “교사집단 내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다보니 명퇴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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