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곳만 아픈 동맥은 없습니다"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2.17. 08:02 수정 2020.02.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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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관질환 명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진 ‘혈관.’ 우리 몸의 통로라 불리는 혈관은 뇌, 장, 간처럼 하나의 기관이다. 따라서 한쪽이 나빠지면, 다른 쪽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즉, 심장질환이 있으면 뇌, 팔다리에도 병이 생길 가능성이 큰데, 전문가들은 이를 ‘다혈관질환’이라 부른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 돌연사를 유발하는 다혈관질환에 관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에게 물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Q. 다혈관질환은 어떤 질환인가요?

A. 우리 몸은 관상동맥(심장), 뇌동맥(뇌), 말초동맥(다리) 등 중요한 혈관을 통해 피를 공급합니다. 이 중 2곳 이상에 질병이 나타나는 걸 ‘다혈관질환’이라 부르는데요. 다혈관질환은 혈관이 기름기, 염증으로 좁아지는 ‘동맥경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주름지는 것처럼, 혈관도 점점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기름기가 쌓이며 동맥경화도 심해지는 것이죠.

혈관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연결된 하나의 기관인데요. 혈관은 우리 몸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동맥경화를 ‘전신(全身)’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서 동일하게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Q. 관상동맥질환이 있다면, 다혈관질환일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요.

A. 독립 혈관질환일 경우, 일반적으로 30% 정도에서 다혈관질환이 발견됩니다. 심장혈관이 아프면 뇌혈관이나, 다리혈관도 1/3 확률로 아픈 것이죠. 하지만 흡연, 비만, 대사증후군 등 위험요인이 많을수록 위험성은 더 커지는데요. 실제로 당뇨병환자거나 장기흡연자일 경우 다혈관질환일 확률이 50%까지 높아집니다.

Q.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다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나요.

A. 혈관은 손상 정도가 심해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동맥경화가 있어도 혈관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일정 시점이 되면 돌연사 등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증상이 있어도, 발생 부위, 혈관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특정 현상을 지적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부터 각별하게 신경 쓰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심장혈관만 치료받던 심근경색, 협심증 환자 중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확인해보면 며칠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그러더군요. 반대로 뇌혈관, 다리혈관을 치료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뇌혈관질환자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해서 검사해보면, 심장혈관에도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모두가 다혈관질환입니다.

동맥질환이 생겼다면 다른 혈관에도 질병이 있을 확률이 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 다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A.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다른 위험요인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혈관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장기간 흡연 ▲운동을 적게 하는 생활습관 ▲기름진 음식 위주 식단 등입니다. 특히 담배는 니코틴, 타르 외에도 다양한 유해 성분이 들어 있어 혈관 내피 세포에 염증 작용을 유발합니다. 또 혈액을 끈끈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담배는 혈관 건강에 ‘독(毒)’입니다.

Q. 젊은 사람들에게도 다혈관질환이 발생하나요?

A. 네. 젊은층에서도 생깁니다. 과거 20~30대에게서는 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이 안 생긴다고 여겼지만, 동맥경화반이 생기려면 혈관내피세포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10여 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젊은 환자는 대다수가 가족력이 있습니다. 가족 중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확인하면서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합니다. 이외에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동맥 경화가 빨리 나타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도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Q. 다혈관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돌연사로 이어질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급작스러운 동맥경화반 파열로 혈전이 생성되면, 중요한 혈관을 막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협착이 심해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도 갑자기 문제가 발생합니다.

혈관 협착은 없지만 아주 얇은 기름막으로 덮여 있다가 갑자기 터지는 ‘불안정형 동맥경화반’이 대표적인데요. 평소 증상도 없고, 혈당, 혈압이 위험하지 않은 환자에게서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위험군 환자는 오히려 늘 주의하면서 관리하는데, 불안정형 동맥경화반이 있는 환자들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해 위험한 것이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Q. 다혈관질환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A. 경동맥 초음파나 CT 스캔,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 등을 통해 진단합니다. 특히 최근 가이드라인은 석회화 지수를 검사해 특정 수치 이상이면 증상이 없어도 약물 치료를 권고합니다.

상지(팔)와 하지(다리)의 혈압 차이를 살펴봐서 다혈관질환 유무를 검사하는 ‘발목상완 동맵압지수(ABI)’도 있습니다. 오금, 발, 무릎 뒤쪽 등 부위는 혈류 흐름이 좋아 맥박을 느낄 수 있는데요. 발목과 팔의 혈압을 각각 측정해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다혈관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뇌졸중이 있거나 하지혈관질환이 나타난 환자의 경우, 심전도검사로 이상이 발견되면 심장내과나 순환기 내과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즉, 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들은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다른 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검사들을 진행해야 합니다.

Q. 다혈관질환의 치료 방법이 궁금합니다.

A. 협착이 생긴 혈관에 기능적인 이상이 있으면 국소 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혈관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고 하면 전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물 치료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다혈관질환에서 매우 중요한데요. 혈관에 생긴 염증, 혈액 응고 등을 해결하려면 염증을 없애고 엉긴 피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약물을 투여합니다.

지질 강하제(스타틴)는 뇌졸중 환자들에게서 심장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반대로 심장질환자에게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스피린 또한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데, 다혈관질환자에게는 단독투여로는 효과가 조금 부족합니다.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P2Y12 저해제를 아스피린과 병용해 투여할 수 있지만, 재발예방효과 측면에서 다소 제한점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아스피린과 저용량의 신규경구용항응고제 (NOAC) 병용요법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다혈관질환자들에게 아스피린 단독 투여와 아스피린과 항응고제 리바록사반(2.5mg) 병용 투여 효과를 비교했더니, 병용 투여군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이 줄었고, 특히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2%까지 감소했습니다.

혈관은 어느 정도 협착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문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도 약물 치료가 효과가 있나요?

A. 네, 당연히 효과가 있습니다. 다혈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치료가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이고, 재발을 억제한다는 것은 연구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망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됩니다.

Q.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습관이 있다면.

A. 몸에 좋은 것 1000가지를 하는 것보다 몸에 나쁜 1가지를 안 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중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금연’입니다. 흡연은 혈관 건강을 악화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모든 혈관질환에 영향을 줍니다. 이미 혈관 건강에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라면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Q. 다혈관질환에 좋은 식습관과 운동이 궁금합니다.

A. 식사량은 체중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신선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합니다. 채식을 많이 먹는 것도 좋고, 고기도 먹어도 된다. 가급적 삶아 먹으며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덜어내면 됩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도 껍질 외에 살코기는 먹어도 좋습니다. 혈관질환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기 때문에, 엄격한 식단보다 ‘어떻게’ 먹는 지를 알려주는 게 더 좋습니다.

운동은 일주일에 5회 이상, 40분을 추천합니다. 숨이 차는 운동이 좋은데, 심박동수가 빨라져야 기본적으로 심장 기능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숨찬 느낌은 좋지만, 본인이 무리라고 판단하면 쉬어야 합니다. 이때는 전문의와 상담해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근골격계에 문제가 없다면 조금씩 근력운동을 늘리는 게 권장됩니다. 대사를 활발하게 하려면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상하체를 골고루 발달시키며, 특히 허벅지는 대사증후군을 예방에 중요하므로, 단련하는 게 좋습니다. 관절이 약하다면 물속에서 하는 ‘아쿠아 프로그램’도 추천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김병극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병극 교수는 협심증, 관상동맥 협착증, 심근경색증, 난치성 고혈압 시술 치료 등 심장혈관질환의 전문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대한심장학회, 대한중재시술학회, 급성심근경색연구회, 만성폐쇄성병변연구회, 항혈전헐소판연구회, 혈관영상생리연구회등에서 심장 및 혈관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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