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 환자, 확진 직전까지 도시락 배달봉사..코로나19에 자원봉사도 '휘청'

입력 2020. 2. 17. 09: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동·노인 대상 봉사활동 많아 감염 우려 증폭
일선 지자체 "불특정 다수 활동은 원칙적 금지"
봉사단체 "감염 예방 이해하지만 일손이 부족"
사회복지단체 다일공동체가 1988년부터 운영 중인 무료 급식 사업 ‘밥퍼’ 나눔 운동의 활동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김빛나 수습기자]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건이나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밀접한 접촉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데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봉사활동의 특성상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접촉 대상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봉사기관과 단체의 자원봉사자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면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기관과 단체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는 데다, 외부 활동을 꺼리는 풍조까지 더해지면서다. 특히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가 사흘에 하루꼴로 서울 종로3가 일대에 거주하는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기폭제가 됐다.

먼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혜심원은 최근 돌봄·교육봉사 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모두 중단했다. 혜심원은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청소년 60여명이 머무르고 있는 양육기관이다. 혜심원 관계자는 “평소 대학생 봉사자와 학생이 1대 1로 주 1회 진행하던 수업을 자율학습으로 모두 대체한 상태”라고 말했다. 혜심원은 ‘보육원 아이들의 외부 활동을 자제(학교·병원 예외)하고, 자원봉사자 등 외부인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용산구청의 잇따른 요청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했다.

용산구청은 지난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이런 내용의 공문을 관내 봉사단체와 복지기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자 대상 활동 단체와 집단 생활시설 등 ‘코로나 취약층’이 핵심 수신처다. 혜심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오면 직원과 보호 아동 등 총 100여 명이 모두 격리될 수 있어 올바른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다만 아이들의 학습 활동에 차질이 있는 데다, 직원들이 기본 업무와 학습 상담을 병행해야 해 부담이 크다. 타개책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봉사자-단체 간 연결 통로인 ‘1365 자원봉사포털’에 봉사자 모집 공고 자체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활동 인원이 많고, 밀접 접촉 발생 가능성이 큰 무료 급식 봉사가 대표적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 관계자는 “이달 초 종로구에 자원봉사자 일감 등록을 요청했다가 반려당했다”며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회복지원각은 개인 차원의 봉사활동 신청을 직접 받고 있지만, 정기 봉사자들의 발길도 점차 줄고 있다.

고령자가 밀집한 노인 복지 시설 역시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일손 부족, ‘이중고’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노인 복지시설 누리사랑복지센터 관계자는 “홀몸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부터 집 수리까지 방문 업무가 많다 보니 봉사자 감소 영향이 크다”며 “1365 자원봉사포털에서 봉사자를 계속 모집하고 있는데도 지원자가 3분의 1정도 줄었다”고 했다. 과거 하루 평균 300명에 달하던 자원봉사자가 일시에 200명 아래로 줄어든 사회복지원각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29번 환자의 감염 경로와 동선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봉사 현장이 지역사회 감염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온정의 손길’마저 끊길 수 있어서다.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도움의 손길이 없으면 기본적인 식사나 위생마저 챙기지 못하는 분도 많다”며 “무작정 활동을 멈출 수도 없고, 봉사를 강요할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경계’ 수준인 감염병 위기 단계가 유지되는 한 봉사 제한 조치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yesyep@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