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했던 日 아베 지지율, 코로나19에 무너졌다

이현승 기자 2020. 2.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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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드리며, 각료석으로부터 불규칙한 발언은 엄숙히 삼가하도록 처신하겠습니다."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각종 스캔들에도 끄떡 없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무너졌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는 여론의 불만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는 야유를 들은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간사장 대행이 다나하시 야스후미 예산위원장에게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팔짱을 낀 채 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날 아베 총리가 국회의원을 향해 사과한 건 지난 12일 야당 의원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야유한 것 때문이다. 야당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중단시켰다. 현재 일본 여야는 정기국회를 열고 올해 예산과 경기부양 예산을 함께 심의하고 있는데, 야당은 아베 총리가 사과하는 조건으로 국회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아베 총리에 대한 징벌 동의안 제출을 검토하는 등 수세에 몰린 정권을 더욱 궁지로 몰겠다는 입장이다. 각종 스캔들에도 끄떡 없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인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던 야당에선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라고 보고 있다.

전날 교도통신이 15~16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 지지율은 41%로 한달 전 보다 8.3%포인트 떨어졌다.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지난 2018년 3월(-9.4%)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야당에선 국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벚꽃회)’을 자신의 지역구 관계자를 초대하며 사유화 했다는 의혹과 국책사업인 복합 카지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집권 자민당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의 부인이 선거자금법을 위반해 운동원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새롭게 불거진 의혹도 있다. 아베 정권이 친(親)아베 성향인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6개월 연장하자 그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자신과 관련한 각종 스캔들 수사를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의혹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큰 흔들림이 없었던 아베 총리 지지율은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를 책임지는 이즈미 히로토 보좌관과 후생노동성의 오쓰보 히로코 관방심의관이 출장 때 커넥팅 룸(외부는 분리 돼있지만 내부는 연결된 방)을 썼다는 보도에 여론은 "나랏돈으로 연애할 돈을 대줬다"며 흥분했다.

코로나19 대책반장인 총리가 자신이 연루된 스캔들로 사고 현장보다 국회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는 점도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3700여명이 탄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선 3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는데, 전원 격리 조치로 집단 감염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 정부가 뒤늦게 고령자 등을 하선시키기로 했다.

탑승객 절반이 외국인이라 외신에서도 대서특필 해, 일본 국민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저널에 "크루즈선 감염자를 더하면 일본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 감염대국이 되기 때문에 이미지 악화로 입국 제한을 하는 나라가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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