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또다른 힘? 사진가 임종진, 사진치유 에세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 출간
[경향신문]
사진가 임종진은 사진 작업을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없애는 ‘치유제’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드물게 ‘전문 사진심리 상담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사진치유자’로 부르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활동상을 보면 적확한 표현이다.
사진치유는 음악·미술·연극 치유처럼 사진 작업을 통해 깊게 숨겨진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를 조금씩 치유하는 일이다. 당사자가 마음의 병을 낳게 한 장소나 대상을 찾아 직접 대면하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치유는 이뤄진다. 물론 자신을 정신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아픈 상처와 고통을 대면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그래서 사진가 임종진은 늘 그들 곁에 있다.
사진치유자로서 그는 국가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이들과 함께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970~80년대 간첩조작 사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고문 피해자들을 비롯,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대표적이다. 그와 함께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이 거듭났다. 새로운 삶을 되찾은 이들은 자신들의 사진치유 과정을 담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 해 말 간첩조작 피해자로 살아온 이들이 국가폭력의 대명사인 서울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연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사진전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진치유자 임종진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소동)란 책을 펴냈다. 사진에 대한 자신의 철학, 사진치유 활동, 국내외에서의 사진작업 등을 글과 사진으로 담은 에세이집이다.
책은 ‘순간을 천천히’ ‘고통을 고스란히’ ‘나를 가만히’ ‘세상을 스스럼없이’란 4개의 주제로 엮어졌다. 각 주제는 그의 사진작업에 대한 가치관, 태도를 상징한다. 사진은 흔히 ‘순간의 예술’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사진철학으로 오히려 ‘순간을 천천히’ 바라보고자 한다. ‘고통을 고스란히’는 사진치유 프로그램과 활동상으로 사진이 지닌 치유의 힘을 잘 보여준다. ‘나를 가만히’는 저자의 일상적 삶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가만히 바라보는 삶에 대한 성찰적 태도가 엿보인다. ‘세상을 스스럼없이’는 보다 나은 우리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배려와 포용, 타인에 대한 편견 타파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주제의 작업을 하면서 그는 인간의 존엄성,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진가·사진치유자로서의 임종진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또 사진작품들, 사진의 의미도 새삼 되새겨볼 수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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