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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낮은 무죄율, 검찰 권한 비대화 반증".. 秋 방침에 현직 평검사 반박

김명진 기자 입력 2020. 02. 17. 17:14 수정 2020. 02. 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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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 전 대법관 아들 차호동 검사, 檢 내부망에 반박글

"日 검찰 ‘관행’이 우리 검찰이 나갈 방향이냐"

"유·무죄 판단 법원 아닌 검찰서… 권한 비대해져"

"사법부 역할 약화… 법원은 ‘유죄 확인 장소’ 전락"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11일 검찰 내부의 수사·기소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일본 검찰의 ‘낮은 무죄율’을 든 것에 대해 현직 평검사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추 장관은 당시 "일본은 기소 단계에서도 기소 여부에 의견을 내는 총괄심사검찰관 등 민주적인 내부 통제 장치를 거치는데, 기소 이후 무죄율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검찰은 소극적인 기소로 무죄율이 낮은 것은 맞지만, 이런 관행 하에서는 범죄 유무죄 판단이 대부분 검찰 단계에서 이뤄지게 돼 외려 ‘검찰 권력’이 더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17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올린 ‘일본의 무죄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검찰이 소극적 기소 관행을 가지고 있어 무죄율이 낮은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한 비판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죄율이 낮다는 것은 검찰이 혐의가 확실할 때만 기소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대부분 법원이 아닌 검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검찰의 ‘판단 재량’이 커지게 되면 되레 검찰의 권한이 비대화된다는 지적이다.

차 검사는 "일본은 2015년 무죄율이 0.14% 임에 반해 2015년 우리나라의 무죄율은 0.58%로, 드러나는 수치상 우리나라의 무죄율이 일본보다 0.44%포인트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은 주요 선진국 대비 무죄율이 극도로 낮고, 0%에 가깝게 수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간 많은 연구가 있었다"고 했다.

주요 선진국의 무죄율을 보면 미국(연방법원 기준)의 2009년 무죄율은 9.6%, 프랑스(중죄법원 기준)의 2009년도 무죄율은 9.7%, 독일의 2011년 1심 무죄율은 23.5%다. 차 검사는 "학계 등의 대체적 평가는 이른바 ‘정밀(精密)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차 검사는 "일본 검찰은 정말 확신이 서지 않으면 기소를 하지 않는 정밀사법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 합리적 의심이 드는 단계를 초월해 유죄의 100% 확신이 아니면 기소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본 검찰의 기소유예 비율이 전체 사건처리의 65%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본 검찰의 관행이 결국 법원을 ‘유죄 확인 장소로 만든다’는 비판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검찰 권한의 비대화 우려, 검찰의 과도한 재량권 행사에 대한 우려, 이로 인한 사법부의 역할 약화에 대한 지적이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되레 일본에선 소극적 기소관행을 통제하기 위해 준기소절차(공무원 직권남용죄에 대한 법원의 기소심사, 우리의 재정신청과 비슷), 검찰심사회(검사 불기소 처분의 타당성을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기구) 등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검사는 "혐의 유무를 검찰이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관념 하에, 법원의 판단 기회를 쉽사리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일본 검찰의 현실이 우리 검찰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제 유학시절 여러 각국의 법조인들이 모여 각국 검찰 및 법원의 실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나름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우리나라 검찰이 기소하면 무죄율이 1%도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 자리에 있던 미국, 유럽 등 다른 법조인들은 '대단하다'는 반응은 커녕 뭔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표정을 비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차 검사는 차한성(66·7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아들이다. 그는 올해 1월 대구지검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검찰의 공소유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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