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째 환자, 발병 후 열흘간 병원 8차례·약국 4차례 방문 ['코로나19' 확산]

이정호 기자 2020. 2. 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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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당국, 병원 내 전파 가능성 염두…감염원 여전히 ‘안갯속’
ㆍ배우자인 30번째 확진자가 어떻게 감염됐는지에도 촉각
ㆍ정부, 전국 요양병원 종사자들 여행력 전수조사하기로

본국으로 떠나는 일 정박 크루즈 미국인 승객들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채로 격리돼 있던 미국인 승객들이 17일 새벽 귀국 전세기를 타기 위해 버스로 요코하마항을 떠나고 있다. 요코하마 |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격리 조치된 29번째 확진자가 발병 추정 시점부터 약 열흘간 병원을 8차례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애초에 어디서 감염된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29번째 확진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감염원’을 최대한 빨리 추적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요양병원 종사자와 간병인이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 ‘오염지역’에 다녀온 적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에 감염된 29번째 확진자 ㄱ씨(82·남성·한국인)의 접촉자 114명을 확인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76명은 ㄱ씨가 심장질환 때문에 찾은 고대안암병원에서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이며, 나머지 38명은 거주지 주변 등 일상적인 동선에서 접촉한 사람이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발병일로 추정되는 지난 5일 이후 ㄱ씨의 동선은 의료기관 방문에 집중된다. ㄱ씨는 서울 종로구 소재 병원(신중호내과의원, 강북서울외과의원)을 8차례 방문했고, 약국(보람약국, 봄약국)을 4차례 들렀다. 그가 병원 내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방문 당시 마른기침, 몸살 기운 등이 있긴 했지만 (코로나19 증상 때문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질환에 대한 치료가 방문의 주된 목적이었다”면서 “아직은 중국 등 해외여행력을 바탕으로 역학적 연관성을 따지다 보니 의심환자로 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또 다른 대목은 ㄱ씨의 배우자이며 30번째 확진자인 ㄴ씨(68·한국인)가 어떻게 감염됐는가이다. 보건당국이 추정하는 ㄴ씨의 발병일은 지난 6일이다. 남편인 ㄱ씨와 비슷하다. ㄴ씨는 8일 감기약을 복용했다. 정 본부장은 “(감염원에 대한) 공동 노출 때문인지 남편에게서 전염이 된 건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편과 부인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감염됐는지,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감염돼 상대방에게 옮겼는지에 따라 감염원을 추적하는 경로가 달라진다.

ㄴ씨는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대책본부는 폐쇄회로(CC)TV 조사 등을 통해 접촉자에 대한 파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진료 장소는 소독됐고 서울대병원은 해당 의료진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정부는 대응 수위를 올렸다. 17일과 18일 이틀간 1470여개 전국 요양병원 종사자와 간병인을 대상으로 중국, 홍콩, 마카오에 다녀온 적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행력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을 포함한 여행 이력과 업무 배제 여부, 폐렴환자 입원 여부와 조치 내용, 면회객 제한 여부 등을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은 시정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이번 대책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선 지병이 있는 고령의 노인들이 한방에서 생활하는 일이 많다”며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인불명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를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사례정의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사례정의 개편을 통해 더욱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 진단검사에 필요한 검체 채취를 하기 어려운 중소병원과 의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검체 채취를 전담하는 조직을 가동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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