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스크 가격 왜 올랐나 했더니 ..230만장 매점매석 업자 등 세무조사

박은하 기자 입력 2020.02.18. 12:01 수정 2020.02.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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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손 소독제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0.2.5 /연합뉴스

의약외품 도매업자 ㄱ씨에게 코로나19는 기회였다. 그는 보건용 마스크 품귀 조짐이 보이자. 1개당 400원 하는 마스크 230만장을 사들인 다음 1개당 1300원에 팔았다. 마스크 정상 도매가는 1개당 7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다. 거래는 평소에도 수입을 빼돌릴 목적으로 이용해오던 명의 위장업체와 차명계좌를 이용했고 대금도 오직 현금으로만 받았다. 그는 이렇게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겹겹 방어막을 쳤으나 마스크 매점매석을 주시해 온 관계당국에 의해 꼬리가 밟혔다.

의약외품 소매업자 ㄴ씨도 마스크 사재기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적발됐다. 그는 10억원을 들여 1개당 1200원인 고급형 마스크 83만개를 현금으로 사재기하고 1개당 3000원에 전량 판매했다. 갑자기 늘어난 소득을 숨기기 위해 15억원 상당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불안을 파는 것은 마스크 뿐 아니다. ㄷ씨는 학원가에서 인기가 높아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마감된다는 의미의 ‘1타강사’들과 짜고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에서 비밀 스터디룸을 만들었다. 3~4명을 대상으로 1인당 월 300만~500만원을 현금으로만 받고 당국에는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사례를 공개하면서 반칙과 특권을 이용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며 탈세한 혐의가 있는 13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대상자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눴는데, ①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으나 세부담을 회피한 변호사·세무사 등 ‘전관특혜’ 전문직 28명, ②신고 없이 고액입시컨설팅이나 고액과외를 벌여 교육불평등을 조장한 입시강사 35명, ③불법대부업이나 마스크 매점매석 등으로 국민생활을 어렵게 만든 업자 41명 ④건강보험급여를 부당수령할 목적으로 의사의 이름을 빌려 세운 사무장병원 실소유자나 지역 공무원과 유착해 인허가 관련 편법을 쓴 건설업자 34명이다.

상대방의 불안감이나 앞서나가고픈 욕구를 이용한 돈벌이 수법은 다양했다. 이번 조사대상자에는 드라마 <SKY캐슬>에서도 묘사된 바 있는 고액 입시 컨설턴트도 포함됐다. 이 컨설턴트는 블로그 비밀댓글을 통해 수강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당국의 눈을 피해 강좌당 500만원 이상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배우자 명의로 강남의 20억 상당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국에는 거의 소득이 없는 것처럼 신고했지만 당국이 아파트 자금흐름을 추적하면서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급하게 운영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게 연72% 고리로 빌려준 대부업자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고위 공직자 출신의 반칙도 세무조사 과정을 통해 더 상세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전관특혜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의 지분이 100%인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며 거짓 세금계산서 10억원을 발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관특혜 전문직 가운데는 국세청 출신의 세무사 10여명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탈루한 세금을 편법증여 등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가족의 재산형성과정도 추적할 방침이다. 또 조사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용이나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인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대상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탈세가 확인되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원래 내야 했을 세금에 더해 가산세와 포탈세금의 0.5배 이상 벌과금이 부과된다. 특히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적발된 경우 여기에다 정부가 이달초 발표한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금지 고시’에 따라 폭리 대부분이 국고 환수될 수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특권과 반칙을 통한 불공정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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