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불매에 '불안'도 덮쳐.."오늘까지만 영업합니다"

이윤재,강인선,강민호 2020. 2.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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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흔들리는 내수경제
가뜩이나 공실많은 꽃상가
이번달 매출 3분의1 토막
코로나에 외출까지 안해
식당손님 2주새 86% 뚝
노재팬에 26년 일식집 폐업
유니클로도 4곳 더 점포정리
서울 유니클로 엔터식스 상봉점 입구에 18일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오늘부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경기 침체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삼중고'가 덮치면서 유통업계에 '폐점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단순히 특정 브랜드 매장 한두 곳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 식당과 유통 매장 등이 잇달아 사라지면서 지역 상권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서울 엔터식스 상봉점은 18일을 마지막으로 폐점했다. 이날 문을 닫은 매장은 환불 장소와 가까운 매장 등을 고지했다. 유니클로는 이달 안에 상봉점을 포함해 엔터식스 강변점(21일), 엔터식스 왕십리점(23일), 현대백화점 중동점(29일) 등 총 4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매장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상반기 다른 지역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을 여는 매장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중구 명동의 유명 일식집 '복수사' 폐업도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명동에서 26년간 터줏대감이자 대표 일식집으로 명성을 날리던 복수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던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인 매출 하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난을 견디지 못한 복수사는 3개월째 임차료를 내지 못했고, 결국 이는 임대계약 해지 사유로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 폐업 등 철거를 담당하는 고용준 전국철거인연합회 관리책임자는 "식당 폐업이 1~2년 전 대비 30%가량 늘어난 것 같다"며 "일식당 폐업 역시 과거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국내 사업자 조사에 따르면 일식전문점은 2019년 8월 1만8312곳에서 2019년 11월 1만8165곳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졸업식 등이 몰린 2월이 화훼업계 최대 성수기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17일 서울의 한 꽃시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꽃집, 식당 등이 매년 2월이면 누리는 '졸업식 대목'마저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을 취소하는 대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남대문 꽃시장 상인 김 모씨는 "장사가 잘되는 2월에 매출이 오히려 평소 대비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며 "이 같은 매출 하락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남대문 꽃시장은 매출 하락 여파로 상가 공실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조화 업체 중에서만 지난해 20% 정도 문을 닫아 현재 매장 34곳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졸업·입학 시즌인 요즘 전국 주요 식당들 역시 예약은 고사하고 텅 빈 테이블만 즐비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일(1월 20일) 이후 2주간 외식업체 중 85.7%가 '고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고객 감소율은 29.1%였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매장 700여 곳 중 200여 곳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통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문을 닫는 매장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부분 업체들은 일부 매장 폐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매장 인력을 인근 매장으로 배치해 인력 구조조정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 직원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폐점이 지속되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한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윤재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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