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에 환멸, 떠나려니 울컥해 눈물"

주희연 기자 2020. 2. 1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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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합류, 청년 정당 '브랜드뉴파티' 대표 조성은]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것 보면 나라 부수려고 그러는가 생각..
범죄 드러났을때 보수는 '들켰네', 진보는 '왜? 어때서? 좀 안되냐?'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는 지경"
최근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청년 정당 ‘브랜드뉴파티’ 조성은 대표가 18일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청년 정당인 브랜드뉴파티 조성은(32) 대표가 미래통합당 합류를 선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조 대표는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정치에 입문해 천정배 의원이 이끌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운영위원을 맡았다. 이후 국민의당에서 비상대책위원, 공천관리위원 등 지도부로 활동했다. 안철수계보다는 호남계 의원들과 가까웠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 정당을 만들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청년 미래 세대를 영입해 당을 쇄신하겠다"며 영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보수보다는 진보 진영에서 정치를 하려 했던 그가 지난 16일 "진보 진영에 환멸을 느낀다"며 미래통합당 합류를 선언했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 대표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은 죽어도 안 된다'가 신념 중 하나였다"며 "저를 포함한 브랜드뉴파티(뉴파티) 당 지도부가 민주당·정의당 등 진보 진영에서 나고 자랐지만 심각한 고민 끝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저를 너무나 아껴주셨던 호남계 분들이 배신감을 많이 느끼시더라"며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기자회견에서 울컥해 눈물이 났다"고 했다.

조 대표는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보며 더 이상 '괴로운 진보'로 남을 순 없었다"며 "이번 총선은 오만하고 타락한 진보 정권을 심판하고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야당을 재건하기 위한 '역사적 총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밀어붙인 것을 보면 '나라를 부수려고 그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보수 쪽에선 범죄가 드러났을 때 '우리가 철저하지 못해 들켰네'라는 느낌이라면, 진보는 '왜? 어때서? 우리가 좀 해먹으면 안 되냐?'는 태도다. 전자는 나쁜 놈이라고 욕할 수나 있는데, 후자는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는 지경"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논평 하나 제대로 못 내는 걸 보면서 '저 사람들이 원래 저랬나' '스스로 오염되길 자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보에 실망했다고 해서 보수 성향 미래통합당 참여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진보 성향 2030세대인 뉴파티 지도부와 실무진 대부분이 반대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를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기류가 전환됐다고 한다.

통합당의 적극적 구애도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조 대표는 "예전의 한국당이었으면 못 갔을 것이다. 당의 가치와 상징이 담긴 '보수' '한국' 같은 단어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결정"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도 여기서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먼저 말씀해 주셔서 설득당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끝까지 싸우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이방인처럼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쟤네 울면서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못 하네'라는 말 듣지 않도록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가진 창의력과 에너지로 기성 보수당을 바꾸는 것은 물론 '절대 한국당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4월 총선 때 투표장에서 몰래 2번 찍고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메시지를 던지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대표 자신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처음엔 선거에 나오려 했지만 지금은 '변절의 대가로 공천을 받는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마음을 바꿨다"며 "혹여 통합당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의원이 된다고 해도 명예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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