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코팅 종이, 재활용품 아닌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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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재활용품이 아니라 쓰레기예요 쓰레기. 다 걸러낼 수도 없어요."
2018년 중국이 폐지 수입을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권오근 한국제지연합회 전무는 "폐지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려면 처리 가격이 올라간다. 차라리 해외에서 질 좋은 폐지를 싸게 수입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지 중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 코팅지, 합성수지 등 이물질이 최소 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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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활용 안되는 종이 걸러내자
지난달 31일 수도권의 한 폐지 압축장. 인근 아파트 수거업체와 고물상 등에서 하루 150t 분량의 폐지를 매입해 압축한 뒤 제지사에 파는 곳이다. 7m 높이로 쌓인 종이 무더기에서 작업자가 비닐과 부직포 등을 골라냈다. 은박지, 플라스틱 포장재, 운동복 바지까지 뒤섞여 있었다. 압축장 관계자는 “지금도 폐지 질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새 학기를 앞두고 헌책이 쏟아지는 2월 말은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품질도, 가격도… 추락하는 폐지
수입은 늘어나는 반면 수출 길은 막혔다. 2018년 중국이 폐지 수입을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세계 최대 재활용품 수입국이 문을 걸어 잠그니 전 세계 폐지 가격이 떨어졌다. 2018년 1월 전국 평균 압축장 매입 가격은 kg당 골판지 120원, 신문 140원이었다. 2020년 1월 매입가는 골판지 59원, 신문 74원으로 거의 반값이 됐다. 폐지 가격이 떨어지니 최근엔 수도권 일부 수거업체가 “폐지에 이물질이 많으면 수거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환경부가 중재에 나서 수거 거부 예고는 일단 철회됐지만 폐지 수거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제지업계와 수거업계는 “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이후 비닐테이프와 택배 송장이 붙은 채로 배출되는 종이 상자가 많고, 상자 안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권오근 한국제지연합회 전무는 “폐지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려면 처리 가격이 올라간다. 차라리 해외에서 질 좋은 폐지를 싸게 수입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전했다.
○ 생산·유통·배출 전 단계 개선해야
종이상자는 택배 송장이나 테이프 같은 이물질은 모두 제거하고 펴서 배출해야 한다. 스프링노트의 철제 스프링, 책 표지의 비닐코팅커버 등도 모두 빼고 버려야 한다. 열에 반응하는 감열지인 영수증과 택배 송장은 재활용이 안 된다. 금속 성분이 함유된 금·은박지, 합성섬유가 포함된 벽지, 부직포도 종이가 아니다. 폐지 재활용사업자 단체인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정윤섭 전무는 “물에 젖지 않는 재질은 비닐이 함유된 것이니 종이로 배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폐지 종류에 따라 재활용 쓰임새도 다른 만큼 분리 기준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이상자는 다시 종이상자로, 신문지는 신문이나 광고지, 계란판 등으로, A4 용지 같은 흰 종이는 화장지나 인쇄용지 원료로 재활용된다. 따로 분리해서 배출할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환경부와 수거업계는 장기적으론 종이상자, 신문, 그 외 종이로 나눠 배출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환경부는 “생산자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종이 재활용에도 도입해 수거 및 선별 과정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유통 과정에서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기 위해 금·은박을 넣은 포장 상자나 책의 비닐코팅 표지는 소비자가 분리하기 어렵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택배 상자에는 비닐 테이프 사용을 금지하거나, 비닐 코팅 표지 등을 줄이는 근본적인 방향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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