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김남국 뒤에..'총선 역풍' 유승민·김용민의 그림자

박홍두 기자 2020. 2.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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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주당 내부 만류에도…김 변호사, 서울 강서갑 출마 뜻
ㆍ2016년 ‘진박 찍어내기’·2012년 ‘나꼼수 공천’ 재현 조짐에
ㆍ지도부도 “이대론 다 죽는다”…여당, 총선 최대 위기 직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에 맞서 ‘자객 공천’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변호사(38)가 18일 금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지난 17일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 의사가 알려진 뒤(경향신문 2월18일자 6면 보도) 비판이 쏟아지자 당 관계자들이 만류했지만 정면 돌파를 고수한 것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진박(근혜) 공천’ 피해자가 된 유승민 의원 사태 재현 우려와 함께 2012년 총선의 ‘나꼼수 공천 파문’ 트라우마가 불거지면서 당내 ‘총선 위기론’이 증폭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청년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금 의원이 앞서 의원총회 전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금 의원이) 거꾸로 조국 수호의 위기감과 논란을 키우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때 김 변호사의 출마 기자회견 취소설이 돌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지만 그의 SNS 출사표로 상황은 번복됐다. 공천 정국 내내 몸을 낮추고 있던 의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상당수 의원들이 이해찬 대표를 찾아가 우려를 전했다. 각종 악재로 지지층·중도층 이탈이 가속화하는데 ‘금태섭 찍어내기’ 논란까지 커지면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호소했다. 한 지도부는 “다 죽는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왼쪽), 김남국 변호사. 연합뉴스

‘강서갑’ 공천 문제는 총선판을 가를 중대 변수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면엔 국회의원의 소신과 당의 공천을 둘러싼 간극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당론을 어기고 본회의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 의원 태도를 일각에선 소신이라고 평가했지만 열성 지지층은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이라고 공격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그 틈을 파고들어 ‘자객 공천’을 자처한 뒤 탈락하자 지지자들이 김 변호사를 소환한 것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규칙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면서 강서갑을 추가 공모지로 지정했다.

‘금태섭 찍어내기’ 논란 뒤에는 소신과 당론의 평행선이라는 그늘이 있었던 셈이다. 당 관계자는 “‘반대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는 옹졸한 당 이미지만 부각하고 시스템 공천도 퇴색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2016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례를 떠올린다. 유 의원은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를 주장하면서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한 뒤 청와대와 대립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고 직격했다. 결국 유 의원은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는 당이 지지자들 눈치를 과도하게 의식한다는 지적과 연결된다. 민주당판 ‘진박 공천’이라거나 ‘진문 공천’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꼽은 ‘검찰개혁·집값 안정·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문제는 집권여당이 일부 지지층 요구만 바라보다가 악재로 쌓인 사례라는 평가가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 전 의원 지지자들 요구에 밀려 서울 노원갑에 ‘나꼼수’ 김용민 PD를 공천했다가 역풍을 당한 일도 다시 거론된다. 의원들은 “수도권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악몽”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 의원은 “강서갑이 19대 총선의 노원갑이 돼선 안된다”고 했다.

김 변호사 출격이 ‘조국 대 반조국’ 총선으로 흐를 가능성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여당 입장에선 정권심판론을 부각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최악의 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조국 백서’ 필자였고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조국 법무부’에서 일한 김용민 변호사를 ‘조국 저격수’인 미래통합당 주광덕 의원의 경기 남양주병에 투입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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