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꽃 매장 의례' 확인..추상적 사고능력 증거"

조일준 2020. 2.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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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죽은 이를 매장했다는 증거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꽃 매장 가설'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둔하고 현생인류보다는 짐승에 가까웠을 것이란 당시까지의 생각을 흔드는 계기였다.

그러나 '샤니다르 Z'의 뼈는 고대 꽃가루 화석과 다른 식물 화석들이 함께 함유된 퇴적물에서 발견돼 '꽃 매장'의 가능성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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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연구팀, 샤니다르 동굴 유적 재발굴
상체 화석 주변에 고대 꽃가루.."의도적 장례의식"
'부패·위험 회피' 실용적 의미 넘어 '상징·공감·추모'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최근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새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상체 화석. 출처 케임브리지대 고고학 연구팀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죽은 이를 매장했다는 증거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그러나 그 의미와 의도를 두고는 논란이 분분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사고 능력(지능)에 대한 추론과 평가의 차이가 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고고학 연구팀이 새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근거로, 그들의 매장 풍습이 장례 문화’라는 새로운 결론을 내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망자를 매장할 때 꽃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추상적 사고 능력을 갖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장례의식’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이 이런 결론을 낸 출발점은 최근 이라크 쿠르디스탄 바라도스트 산맥의 작은 언덕에 있는 샤니다르 동굴 유적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상체 뼈가 거의 온전하게 보존된 형태로 발굴되면서다. 사망 당시 나이는 40~50대, 하체가 유실돼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화석 뼈의 주인을 ‘샤니다르 제트(Z)’로 명명했다. 샤니다르 동굴은 20세기 중반 고고학계의 결정적 유적지로 꼽힌다. 1950년대에 시작된 발굴에서 남녀 성인과 어린이까지 무려 10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한꺼번에 나왔다. 7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사촌뻘이었다.

특히 한 명의 주변 토양 샘플에선 꽃가루 화석이 발견됐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죽은 이에게 꽃을 바치는 장례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꽃 매장 가설’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둔하고 현생인류보다는 짐승에 가까웠을 것이란 당시까지의 생각을 흔드는 계기였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장례 문화’를 갖고 있었는지를 놓고는 이후 수십년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바라도스트 산맥의 작은 언덕에 있는 샤니다르 동굴. 1960년대 발굴에서 네안데르탈인 성인 남녀와 어린이까지 10명의 뼈 화석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위키피디아

케임브리지대 고인류학자인 에마 포머로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샤니다르 동굴 내부의 퇴적물 샘플 분석을 위해 50여년 만에 발굴을 재개했다. 연구팀은 앞서 꽃가루 화석이 발견된 구덩이에서 퇴적물을 파 내려가다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거의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갈비뼈와 부서진 두개골 등 상체 화석을 새로 찾아낸 것. 왼팔을 얼굴에 괴고 오른팔은 가슴에 얹은 자세였다.

‘꽃 매장’ 가설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꽃가루 화석이 망자에 대한 헌화의 흔적이 아니라 함께 살았던 동료들이나 설치류 동물, 또는 곤충이 바깥에서 묻혀온 ‘오염’된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샤니다르 Z’의 뼈는 고대 꽃가루 화석과 다른 식물 화석들이 함께 함유된 퇴적물에서 발견돼 ‘꽃 매장’의 가능성을 되살렸다.

포머로이 박사는 “(이번 발굴의) 핵심은 매장의 의도성(계획성)”이라고 짚었다. 동물 사체를 노리는 포식 동물과 주검이 부패하면서 내뿜는 악취를 피하려는 단순히 실용적인 이유로 주검을 묻을 수도 있지만, 이번 발굴에서 확인된 매장은 그런 실용적 의미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그는 “이 주검을 매장한 네안데르탈인들이 더 복잡하고 상징적이며 추상적인 사고능력과 망자에 대한 동정심, 나아가 상실감과 추모 감정을 가졌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인류학자 에마 포머로이 박사가 최근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새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상체 화석을 토대로 재현한 망자의 매장 당시 자세.

현재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 번성하고 있지만, 수만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 상에는 여러 종의 인류가 명멸했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생물학 분류에서 포유강-영장목-사람(Homo·호모)과-사람속까지 뿌리가 같으며 ‘종’ 단계에서 갈라진다. 현생인류의 사촌뻘인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년 전에 출현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번성하다가 4만년 전께 진화의 무대에서 갑자기 퇴장해버렸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이나 공존하며 경쟁하며 이종교배까지 했다는 게 현재 학계의 정설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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