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31명이었는데 하루 만에 22명 폭증..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단계"

권오은 기자 2020. 2. 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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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하루만에 ‘우한폐렴’ 확진자 22명 폭증… 31명→53명

31번 확진자 접촉 유증상자 더 있어… 추가 확진자 쏟아질 수도

추가 확진 발생자 없자 "곧 종식".... "정부 안이한 대응이 사태 키워"

지자체 "위기 단계 상향해야"... 정부 "아직 격상할 상황 아니다"

전문가들 "사실상 지역 사회 감염 단계… 대응전략 수정해야"

19일 하루 만에 국내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이 증가해 모두 53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한 달 동안 31명까지 점진적으로 늘었던 확진자가 하루 새 폭증한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이날 20명이 급증하면서 우한 폐렴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사실상 지역 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의 방역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닷새가 추가 확진자 없다가 하루 만에 20명 급증…"대구는 ‘수퍼 전파 사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확진자 15명이 추가됐고, 오후 4시 추가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후 9시쯤 2명이 또 추가됐다. 이날 신규 확진자만 22명이다. 중심은 대구·경북이다. 신규 확진자 중 대구시에 15명, 경북 영천시에 3명, 청도군에 2명이 살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경기 수원시가 각 1명이었다.

특히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있는 신천지 대구 교회가 ‘수퍼 전파지’로 꼽히고 있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여·61) 환자를 포함해 이 교회 교인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대구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 교회 신도와 밀접 접촉자 가운데 감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도 이날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교인 가운데 유증상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당국은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천지 대구 교회 등록 교인이 약 9000명인 만큼, 사실상 이들의 이동경로를 모두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하나의 공간(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수퍼 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누가 감염원이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퍼졌는지는 추가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19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대구 신천지 교회의 모습. /연합뉴스

◇섣부른 ‘낙관론'…정부, "단체활동 자제" → "과도한 공포" 뒤집어

섣부르게 ‘낙관론’을 꺼냈던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우한 폐렴(코로나19) 환자는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해, 지난 10일까지 총 28명이 나왔다. 모두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거나, 그의 가족, 또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로, 방역 체계 안에서 관리돼 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 동안은 국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단체행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뒤집혔다.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들에 단체행사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중수본 회의에서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며 "중앙부처·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수습대책본부도 "집단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 행사를 전면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29·30번 환자가 연달아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부인 이들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의 접점도 찾지 못한 ‘방역망 밖 환자’들이었다. 지난 18일 역시 ‘방역망 밖 환자’인 31번 환자가 나왔다. ‘방역망 밖 환자’로 추정되는 확진자 3명이 나오자, 정부는 "(우한 폐렴 유행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19일 하루에만 대구·경북 20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날 17개 시·도 교육감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사회 감염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지역사회에 확실한 지역 방어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구가 지금 비상이지만 유사한 양상이 어디든 있을 수 있으니 학교 당국도 긴장해 달라"고 했다.

◇"검역 중심서 진단 중심으로 바뀌는 순간"…전문가들 "전략 수정 필요"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가 사실상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지역 사회 감염’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다중시설인 교회에서 이미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방역망 밖 환자’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비상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전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역학조사 방식도 감염원을 찾기보다 접촉자를 조기에 파악해 빠르게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 백병원을 방문한 40대 여성에 대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역학조사가 진행돼 해당 병원의 응급실이 19일 임시 폐쇄됐다. /연합뉴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 중심에서 진단 중심으로 바뀌는 순간"이라며 "지금까지는 검역을 통해 외부로부터 의심환자를 걸러내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지역사회 내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신속한 진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환자의 추가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중증으로의 진행이나 사망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우한 폐렴에 취약한 나이가 많은 환자나 호흡기질환자와 의심증상자가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할 것 △선별진료소만으로 감당이 어려운 만큼 보건소를 포함한 국공립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우한 폐렴 전담진료기관으로 지정할 것 △의심환자 발생시 검사 가능 기관으로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상시적 시스템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의협은 또 "지속적으로 권고한 위험지역,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제한을 거듭 촉구한다"며 "중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한, 국내의 대응만으로 이 사태가 진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체계의 신속한 재정비를 위해 감염원을 차단, 검역을 위한 자원의 투입을 효율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의료진과 국민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입국제한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0차 신종 코로나 감염증 종합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지자체 "위기 단계 ‘심각’ 격상해야"... 정부 "아직 이르다"

지자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가 위기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우한 폐렴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해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가 불안감에 빠지고 있다"며 "중앙 정부에 위기경보를 기존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높일 것을 실무적으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이 없었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는 자체적으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 경보 상향 조정에 대해선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노홍인 중수본 총괄책임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위기경보 격상의 문제는 환자 발생의 양태와 환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며 "대구는 방역체계 안에서 접촉자 수가 파악된 것이어서 단지 그 숫자만 가지고 위기경보 격상을 논하기에는 좀 빠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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