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우려→갈등→진정→혼란.. 굴곡진 '신종 코로나' 한 달
설마 하다 우려로. 갈등까지 겪다 진정되나 싶더니 다시 혼란으로….
지난달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작한 혼란이 한 달을 맞았다. 설 연휴까지만 해도 관심이 적다가(설마)→연휴 직후인 지난달 30~31일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고(우려)→31일 ‘우한 교민’을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문제로 해당 지역 주민 반발이 극에 달했고(갈등)→2월 중순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줄어들자 문재인 대통령이 “곧 종식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고(진정)→19일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우려되는 확진자가 다시 무더기로 발생하며 다른 국면으로 진입(혼란)했다. 한동안 지속할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충격의 한 달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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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다(지난달 20일~27일)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 출신 35세 중국인 여성이었다. 설 연휴(1월 24~27일)만 해도 국내 확산 우려는 잠잠했다. 연휴 기간인 27일까지 확진자로 판명된 4명 모두 우한에 살거나, 방문한 경우였다. 언론도 명절을 맞아 관련 뉴스를 쏟아내지 못했다.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귀성객이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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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로(지난달 27~31일)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신종 코로나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30일 3번 확진자에게 2차 감염된 6번 확진자가 나왔다. 우한에 살거나 방문한 적 없는 첫 확진자였다. 6번 확진자의 가족(3차 감염)도 감염됐다. 31일엔 3번째 확진자가 강남ㆍ일산을 오가며 호텔ㆍ식당ㆍ병원을 활발히 오간 동선이 공개됐다. 호텔ㆍ식당이 문을 닫았다. 30~31일에만 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려가 확산하면서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한 번에 마스크 105만장을 사재기한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선 마스크와 손 소독제 품절 현상을 빚었다. 쇼핑몰ㆍ극장ㆍ테마파크같이 사람이 몰리는 곳이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겨울 축제나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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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까지(지난달 31일~2월 1일)
정부가 우한 교민 700명을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면서 격리 수용시설이 있는 충북 진천, 충남 아산 주민이 집단 반발했다. 트랙터를 끌고 와 시설 주변을 에워쌌다. 격리시설 선정을 둘러싼 정부의 우왕좌왕 행보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앞서 주민 설명회를 가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이 등장했다. 현재까지 7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지역 갈등에, 외국인 혐오 논란까지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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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되나(2월 2~19일)
지난 10일 28번 확진자가 나온 뒤 16일까지 닷새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다.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확진자가 다녀가 잠시 휴무에 들어갔던 백화점ㆍ마트 몇 곳은 다시 문을 열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지난 15일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진천에 수용한 우한 교민을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13일엔 “신종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회식은 주 52시간 적용대상이 아니다. 외식을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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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란으로
19일 대구ㆍ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22명이 무더기 발생하면서 다시 혼란에 빠졌다. 특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정 종교(신천지) 신도 중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갈등도 재점화했다. 정부는 해외여행력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격리 후 검사하는 등 강화한 대응 지침을 2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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