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시시각각] '민주당만 빼고'

이정재 2020. 2. 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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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국을 위대하게 했던 모든 인프라
송두리째 뽑히고 '문빠' 세상 될 것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번 칼럼은 미투다. 제목은 임미리 고려대 교수의 글에서 따왔고, 내용은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패러디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난주 칼럼 ‘마이클 블룸버그를 소환한다(Paging Michael Bloomberg)’다. 이 칼럼은 과격을 넘어 노골적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눠 “이렇게 완전히 진실성이 결여된 대통령은 처음이며, 비도덕적인 여당, 부도덕한 법무장관에 의해 맹목적으로 비호받는 바람에 거짓말하고 권력을 남용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니 “올해 선거에서 꼭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의심의 여지 없이 중국과 러시아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 트럼프는 계속 미국을 혼란에 빠뜨려 우리가 20세기에 했던 것처럼 21세기를 선도할 인프라 구축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②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들에 배척받는 트럼프는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국제 공조를 끌어내지 못할 것을 두 나라는 잘 알고 있다 ③ 그들은 또한 뼛속까지 장사꾼인 트럼프가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나라는 자신들의 ‘봉’인 트럼프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

한국과 미국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하지만 슬쩍 트럼프를 문재인 대통령으로 치환해 보라. 놀랍도록 닮지 않았나. 중국과 러시아를 중국과 북한으로 바꾸면 어떤가. “①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한국을 혼란에 빠뜨려 우리가 20세기에 했던 것처럼 21세기를 선도할 인프라 구축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②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들에 배척받는 문 대통령은 중국·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국제 공조를 끌어내지 못할 것을 두 나라는 잘 알고 있다 ③ 그들은 또한 뼛속까지 친북·친중인 문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나라는 자신들의 ‘봉’인 문 대통령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

프리드먼은 트럼프가 재선되면 “그것은 하나의 혁명이 될 것이며 그 혁명은 우리가 미합중국 출범 이후 지켜온 제도와 규범에 영원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4·15 총선의 여당 승리가 딱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국을 위대하게 했던 모든 인프라가 파괴될 것이다. 건국 이래 지켜왔던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와 규범이 송두리째 뽑힐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을 것이다. 되레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칼을 겨눌 것이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은 덮어질 것이다. 조국은 정의와 선, 반(反)조국은 불의와 악이 될 것이다.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친노조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경제 둔화, 일자리 감소, 실업 증가, 기업의 해외 탈출, 빈곤층의 소득 감소도 가속할 것이다. 그래도 국민은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소리나 듣게 될 것이다.

헌법도 바뀔 것이다. 4+1의 요상한 셈법으로 선거법도 바꾼 여당이다. 헌법보다 바꾸기 어렵다는 게 선거법이다. 개헌쯤은 쉽게 밀어붙일 것이다. 자유를 빼고 민주만 남긴 전체주의 헌법은 ‘토지 공개념’ ‘주택거래 허가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미 청와대며 여당 대표들이 수차례 자락을 깐 바 있다.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대출 허가제’ ‘이사 허가제’ ‘여행 허가제’라고 못 할 게 아니다. 허울뿐인 민주와 전체주의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일이 뭐가 있겠나.

“개인적=창의적”이란 요즘 유행 말에 빗대면 이 모든 것보다 더 싫은 게 있다. 지긋지긋한 ‘문빠’ 천국이 계속될 것이다. 지난 3년간 내 칼럼에 좌표를 찍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e메일·SNS를 융단 폭격한 문빠들의 세상, 생각이 다른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그 세상이 영원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뒤에 숨어 계속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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