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유리는 액체다?-신기한 물질의 상태[과학을읽다]

김종화 2020. 2. 21.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리는 고체일까요, 액체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구상의 물질이 나타내는 모습, 즉 물질의 상태는 보통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질은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알갱이(분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분자들 사이에는 서로 끌어 당기는 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체는 분자들의 사이가 아주 가깝고, 서로 당기는 힘도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분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떨리는 정도의 운동만 합니다. 분자들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모양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체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액체는 분자 사이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서로 당기는 힘이 고체보다 약해서 일정한 모양이 없이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뀝니다. 그러나 부피는 힘을 가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서로 잘 섞이는 액체도 있고, 섞이지 않는 액체도 있습니다.

액체는 또 가능한 한 작은 면적으로 모이려고 하는데 이런 성질을 표면장력이라고 합니다. 이 표면장력 때문에 물방울이 생깁니다. 다시 말하면, 적은 양의 분자들끼리 뭉쳐서 생기는 현상이 물방울인 것이지요.

기체는 분자 사이가 아주 멀고 서로 당기는 힘이 거의 없어서 부피도 일정하지 않으며, 흩어지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그 그릇을 가득 채우며, 무게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발생합니다. 물질은 고체·액체·기체로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고체·액체·기체 외에도 '초임계유체(Supercritical liquid)', ‘초고체(supersolid)’, '플라즈마(Plasma)', '보즈-아인슈타인 응집(Bose-Einstein Condensation)' 등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를 살펴보면 유리가 흘러내려 위쪽은 얇고, 아랫쪽은 두껍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렇다면, 아주 미세한 가루나 치약, 마요네즈, 스마트폰의 화면인 액정 등은 고체·액체·기체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요? 이런 애매한 상태의 물질은 어떻게 정의할까요?

가루는 아주 작지만, 고체의 분자 배열을 하고 있으니까 작은 고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약이나 마요네즈와 같은 상태의 물질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의 물질은 '겔(GEL), 또는 젤'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화면인 액정은 고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고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액정에 전기를 통하면 분자 배열이 액체에서 고체로 변합니다. 그래서 액체와 고체, 두개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를 통하기 전에는 액체, 전기가 흐른 이후에는 고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요?

우리가 실생활에서 '고체'로 잘못 알고 있는 물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리입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도 잡을 수 있으며, 단단하고 부피와 모양도 변하지 않아 고체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리는 '액체'입니다. 유리는 액체의 점성을 가지고 있는데 끈적이는 점성이 아주 높은 액체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유리는 '비결정질 고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정질이 아닌 고체라는 뜻이지요. 비결정질 고체라고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고체의 구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유리의 성질은 고체보다 액체에 더 가깝습니다.

유리는 액체처럼 흘러내린다고 합니다. 오래된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리가 흘러내려 위쪽은 얇고, 아래쪽은 두꺼워져 있다고 합니다. 유리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의 유리는 그렇게 수천년에 걸쳐 흘러내린 것이지요. 유리 제조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실온에서는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고온의 열을 가하면 액체로 쉽게 변합니다.

번개는 자연 플라즈마 중 하나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과학자들이 '물질의 네 번째 상태'라고 정의한 것이 바로 '플라즈마(Plasma)'입니다. 기체 상태의 물질을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전기를 띠는 더 작은 알갱이로 나눠집니다. 이 상태가 플라즈마입니다.

우주에서는 거의 모든 물질이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오로라나 번개 등 자연 현상으로 발생하는 플라즈마를 자연 플라즈마라고 하고, 전기를 만들기 위해 핵원자로를 돌려 발생하는 플라즈마는 고온 플라즈마, 실생활에 쓰이는 형광등이나 네온사인, 컴퓨터 모니터용 PDP 등은 저온 플라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물질 들 이외에도 상태를 정의하기가 애매한 물질이 적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인 '불'입니다. [②불은 기체다?-신기한 물질의 상태] 편에서 불의 성질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