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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Eat]'韓불매운동', 아베를 시진핑에 목매게 만들었다

강기준 기자 입력 2020. 02.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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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후쿠시마산 쌀을 홍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일본이 이상해졌습니다. 일본 장관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한 한국을 겨냥해 "그쪽 국가보다 훨씬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무례한 발언을 한 것도 모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난리인데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4월 방일 계획과 도쿄올림픽을 무슨 일이 있어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입니다.

일본의 막말이야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긴 하는데, 도쿄올림픽과 시 주석에 유난히 목을 매는 이유는 한국의 일본산 불매운동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수출 목표 '불매운동'에 미끌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AFPBBNews=뉴스1
지난 7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일본의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9121억엔(9조8000억원)을 기록, 정부 목표치인 1조엔(10조7500억원)에 미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목표 미달 이유에 대해 "한국과 관계가 악화하면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침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닛케이는 지난해 일본의 농수산식품 대 한국 수출액이 501억엔으로 전년대비 21% 줄며 수출국 중 가장 감소폭이 컸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관계가 악화하며 일본산 주류 및 가공식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 큰 원인입니다.

이날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은 정부의 새 수출 목표는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올해 수출액 1조엔은 당연히 돌파한다는 각오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오는 4월 '농림수산물·식품 수출본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수출을 부양하겠다면서 "정부가 하나가 돼 농산물 수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이 미운 일본…'때리기' 시작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시장 모습. /AFPBBNews=뉴스1
일본은 농산물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 지역 농수산물이 각국에서 수입금지 철퇴까지 맞으며 이 지역 경제가 크게 침체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수출 목표 마저 한국의 불매운동 때문에 달성에 실패하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다나카 가즈노리 일본 부흥상이 동일본 지진 9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향해 뜬금없이 "그쪽 나라보다 (일본산이)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일로 보입니다.

그는 "후쿠시마 식재료는 일본 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고 방사능 수치도 낮다"면서 "한국의 수치도 파악하고 있는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것만 유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3년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지역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고 제소했으나 지난해 최종 패소하며 자존심을 크게 구겼습니다.

도쿄올림픽은 '후쿠시마' 살릴 기회
/AFPBBNews=뉴스1
아베 총리는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를 통해 '경제 대부흥'을 일으키겠다는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올림픽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홍보의 장으로 삼아, 전세계에 팔아보겠다는 심산입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해 7월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농가가 많은 동북 4현 중 한 곳에서 패배하는 등 농가의 커지는 불만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를 살리겠다고 농민들에게 줄곧 약속해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엔 "원전 피해 지역의 식재료를 올림픽 기간 선수촌 메뉴에 넣겠다"고 했고, 이 발언 이후 장관들을 일제히 후쿠시마로 달려가 현지 음식을 시식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아베 정권은 지난해 5월부터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에서 농사 재개를 허락하기도 했습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으로 보입니다.

만약 도쿄올림픽 개최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미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 하락을 겪는 아베 총리 입장에선, 민심 이탈이 걷잡을 수 없게 일어날 것이 뻔해 보입니다.

시진핑에 목매는 아베
/AFPBBNews=뉴스1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올림픽에서의 완벽한 홍보를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월 방일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대 중국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14.9% 증가한 1537억엔을 차지하며 수출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가, 한국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큰 고기'인 시 주석을 집중 공략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닛케이도 "일본이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수출량이 줄자 수출 확대 초점을 중국에만 오롯이 맞추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중국 역시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9개현으로부터의 모든 식품 및 사료 수입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가 올봄 시 주석 방일에 맞춰 수입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 홍콩 등도 보조를 맞춰 같이 수출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인식을 해소하기도 전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계협정(EPA)을 맺어버렸습니다. 일본 농가 입장에선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그나마 있던 시장도 뺏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닛케이는 "농가에서 자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아베 정권은 수출 확대를 통해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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