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병 휴가·외출 통제 앞둔 양구 "가뜩이나 손님 줄었는데.."

양지웅 2020. 2. 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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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강원 양구군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군인용품점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텅 빈 가게를 채웠다.

양구에서 5년간 택시를 운전한 박모(52)씨는 "마스크를 쓰고 차 안에 손 소독제를 두더라도 손님이 없으면 말짱 헛일"이라며 "열에 아홉이 군인 손님인데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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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륵 드르륵" 텅 빈 군인용품점에는 재봉틀 소리만 가득
국방개혁·돼지열병·코로나19 '삼중고'..지역상인들 "그저 견딜 수밖에.."
내일부터 군 장병 휴가·외출 통제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양구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군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0.2.21 yangdoo@yna.co.kr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드륵 드르륵…"

21일 오전 강원 양구군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군인용품점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텅 빈 가게를 채웠다.

"내일부터 장병 외출·외박·휴가가 통제되는데 오늘은 장사가 잘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 A씨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평년의 절반의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코로나 때문에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현장에서 전역하는 병사들이 전투복을 잔뜩 맡겨서 잠시 바쁜 것뿐"이라고 말했다.

40년 넘게 이곳을 지키며 군인들을 맞아온 점원은 투박한 손으로 분주히 재봉틀을 만졌다. 그의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자 전투복 상의에는 전역 마크가 오롯이 박혔다.

A씨는 "국방개혁으로 지난해부터 군인들이 눈에 띄게 줄더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영향으로 작년 말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삼중고가 닥치니 지역 상권이 견뎌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은 주말에도 거리가 썰렁하다"며 "마치 서부영화에서나 나오는 황량한 거리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군 장병 휴가·외출 통제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양구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군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0.2.21 yangdoo@yna.co.kr

국방부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통제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민반군반'(民半軍半)이라는 별명이 붙은 양구군은 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지난해 정부의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육군 2사단이 부대 재편과 해체를 밟은 데 이어 ASF 확산으로 사과 축제와 시래기 축제, 양록제 등 지역 대표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출·외박 장병과 면회객 발걸음이 사라진다면 매출 축소를 넘어 지역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금요일 오후, 한창 분주할 시간임에도 거리 곳곳에는 빈 택시들이 가득했다. 기사들은 손님을 기다리기보다는 서로 모여 커피를 마시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양구에서 5년간 택시를 운전한 박모(52)씨는 "마스크를 쓰고 차 안에 손 소독제를 두더라도 손님이 없으면 말짱 헛일"이라며 "열에 아홉이 군인 손님인데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산한 모습 보이는 양구읍내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양구군 양구읍 일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21 yangdoo@yna.co.kr

지난해부터 겹친 악재에 문을 닫는 가게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일규 한국외식업중앙회 양구군지부장은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식당이 지난해 12월에만 11곳"이라며 "주말에도 썰렁한 거리를 보면서 상인들은 계속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구지역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피해가 겹치고 있는 지역 상권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호소에도 양구군은 당장 뾰족한 해답을 찾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국방부의 결정이 갑작스레 내려진 까닭에 당장 지원책을 마련하기는 힘들다"며 "양구군이 주력하는 스포츠 마케팅 사업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기 힘든 만큼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텅 빈 양구거리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양구군 양구읍 일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21 yangdoo@yna.co.kr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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