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텔레그램방도 터졌다"..신천지 '꼬리자르기' 본격화

CBS노컷뉴스 유원정·박고은 기자 입력 2020. 2. 21. 15:09 수정 2020. 2. 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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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온라인 활동 거점 옮겼지만 21일부로 '폐쇄'
신천지 교인 "텔레그램방 '폭파'..S라인이나 전화로 소통"
폐쇄 이유는? 신천지 전문가 "유출자 색출과 내부 거점 은폐"
(사진=A씨 제공)
내부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속출하자 이단 신천지 세력이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확진자로 판정되면 역학조사에 따라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21일 오후 2시에 발표한 신천지 관련 신규 확진자는 총 44명으로 대구, 경북, 경남, 충북, 광주 등 전국 각지에 발생했다.

지금까지 31번 확진자가 속한 대구 신천지 관련자만 4475명에 달하고 이 중 544명이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신천지 확진자는 급증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신천지는 이날 '교회 공지'라는 제목으로 신천지와 관련된 모든 텔레그램 대화방을 폐쇄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신천지 측은 "방 자체를 다 없애는 것으로 말씀하셨다. 각 부서장, 전도부장, 신학부장 등 책임자분들은 생명창에서 다 나가는 것 확인하시고 안 나가는 사람은 추방해서 방 정리하시면 되겠다"라고 지시했다.

이어 "추방은 방 소유자, 관리자에게 있다. 소유자 혼자 나간다고 방이 없어지지 않는다. 다 추방 후 소유자는 제일 마지막에 나가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공지는 한 지역 신천지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 교인 A씨에 따르면 이날 해당 지역 신천지 측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은 공지처럼 모두 사라졌다.

A씨는 "구역방, 공지방, 장년회전체공지방, 전도피드백방, 기도방, 말씀방 등 모든 텔레그램 방이 '폭파'됐다. 이제 중요 공지는 S라인(신천지 채팅 어플리케이션) 및 구역장들 전화로 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신천지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주된 소통 창구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지속적으로 내부 공지 등이 유출되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간 신천지에 몸담았다 탈퇴한 뒤 정통 교단 전도사로 활동하는 B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신천지 전용 어플인 S라인이 있기는 한데 텔레그램방 대화방이 한 번에 공지 내리기 편하니 그 동안 많이 사용해왔다. 교인 한 명에 거의 30개에 달하는 신천지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지 등이 계속 유출되니 과거처럼 일대일 방식으로 바꾼 거다. 그렇게 되면 한 번에 퍼지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단계를 거쳐 내려오지만 일단 유출자를 색출하기 쉬워진다"라고 덧붙였다.

유출 문제만이 텔레그램방 폐쇄 이유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활동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결국 보건 당국의 동선 추적, 공기관 규제 등 막다른 골목에 몰려 조직적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B전도사는 "텔레그램방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포교 활동과 내부 공지다. 문제는 여기에 신천지 내 비공식적인 포교 지점이나 근거지 등 내용이 전부 공개돼 있다는 것"이라며 "신천지 거점이 되는 장소들 대다수가 정말 평범하거나 차명 건물인 경우가 많다. 텔레그램방을 유지했다가 이런 것들이 정부 조사를 통해 다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A씨 역시 "많은 신천지 교인들도 (텔레그램 방 폭파를) 꼬리자르기 행위로 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TK 지역 '슈퍼 전파'의 중심에 있는 31번 확진자는 보건당국의 거듭되는 협조 요청에도 대남병원이 있는 청도에 간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1번째 환자가 2월초 청도지역에 왔으나 대남병원이나 장례식장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자 면담 및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모든 활동이 중단된 듯하지만 포교 대상자에 대한 '친교 유지' 지침은 여전하다.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암암리에 오프라인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A씨는 "전도 피드백이나 상담 등 기타 전도행위를 일절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전도 대상자가 있는 경우는 친교 형식으로만 유지해달라고 한다"며 "만나라는 지시는 없지만 친분 유지라는게 주기적으로 만나야만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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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박고은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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