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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4부 - 인더스트리 4.0과 노동 4.0의 사업장 지도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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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그동안 인더스트리 4.0이 사업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의외로 구체적인 경험적 연구는 부족했다. 때문에 현장의 실제적 변화는 등한시 한 채 이론적 논의만 무성하다는 비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되었다. 과연 인더스트리 4.0은 실제로 작업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는 금속노조였다. 인더스트리 4.0이 실제로 사업장에서 어느 정도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야 미래의 노동 4.0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서 금속노조는 사업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도(Transformationsatlas)를 그리는 사업을 펼친다. 이 지도는 '인더스트리 4.0과 노동 4.0의 사업장 지도(Betriebslandkarte Industrie und Arbeit 4.0)'라 할 수 있는데, 목적은 개별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정도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 즉, 위험요소와 기회요소를 지도 위에 한 눈에 보이게 그려 노동자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이해를 돕고 정책적 어젠다를 만들어 가는데 있다.

이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노동 2020(Arbeit 2020)'이라는 사업에서 시작된다. 이 사업은 2016~2020년까지 지역의 금속노조를 비롯하여 광산·화학·에너지 및 식품·요식업노조, 독일노총 지역본부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관련 컨설팅회사와 연구소들이 결합되어 있으며, 재정은 유럽사회기금(ESF)과 지자체 노동부가 공동으로 지원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앞서 말한 사업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도를 그리는 것인데, 2020년까지 80개의 사업장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장 지도에는 개별 부서마다 디지털화의 진척 정도와 그에 따른 고용과 노동 조건의 변화 및 요구되는 직무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색깔로 표기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도의 예. (사진=IG Metall (2018), Tackling 'Industry 4.0'.)

디지털 진척 정도는 두 개의 요소 즉, 상호 연결 수준(파란색)과 기술 제어 또는 자동화 정도(주황색)를 4단계로 평가하여 표기하였다. 그림에서 부서마다 종업원 수 밑에 보이는 두 개의 직사각형이 이를 가리킨다(위는 연결 수준, 아래는 기술 제어 또는 자동화 수준). 옆에 있는 세 개의 원은 기술 변화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표기하는 그림이다(그린은 증가, 빨강은 감소, 회색은 변화 없음). 맨 위의 원은 그 부서의 고용의 증감을 표기한 것이고, 중간의 원은 기술 변화로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즉 노동 내용의 질적 향상 여부를 표기한 것이다. 맨 밑의 원은 노동 조건을 표기한 것으로 작업 부하와 노동 강도 및 노동 시간의 변화를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지도 도출은 노사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회사 자료는 물론 작업장 관찰과 각 부서들의 작업자와 관리자들이 사업장평의회(독일의 Betriebsrat) 및 노조와 함께 수차례의 공동 워크숍을 통해 작성되었다. 이 지도는 노조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지도에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같이 해야 할 일을 찾는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방해 요소가 무엇인지, 특별히 문제가 되는 부서와 직무는 어디인지를 파악해 공동으로 대책을 세워나간다.

2019년 3월 금속노조는 각 지역의 노조사무소를 통해 사업장평의회와 워크숍을 개최하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여기서는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설문과 토론을 통해 개별 사업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져오는 기회와 위협의 잠재력을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설문은 10개의 주제 하에 93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2천여 개의 사업장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금속노조가 조직한 모든 업종을 포괄한다.

조사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결론은 인더스트리 4.0으로 현재 사업장은 고용 및 숙련, 직무구조 등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되나, 기업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사업장평의회 위원들은 직무능력향상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기업들은 이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디지털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금속노조는 회사와 정부에 여러 요구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미래 협약(Zukunftsvereinbarung)'과 '전환단축노동임금(Transformationskurzarbeitsgeld)'이 눈에 띈다.

미래 협약은 회사에 요구하는 것인데, 노사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 계획, 교육과 인력 개발, 생산 기지 및 일자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협약을 체결하라는 것이다. 전환단축노동임금은 정부에 요구하는 것으로,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전환배치 또는 새로운 직무교육을 위해 단축노동이 필요할 경우 국가의 지원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고 없이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경우 노사 모두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회사는 디지털화가 경쟁력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노조는 노조대로 입증되지 않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스마트 팩토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리도 독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도처럼 스마트 팩토리의 위험 요소와 기회 요소를 한 눈에 보이는 지도를 그려 그에 합당한 전략을 마련한다면 스마트 제조 혁신으로 가는 길이 좀 더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mnor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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