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면 조용히 톡 보내라"..대구는 '신천지 색출작전' 중

2020. 2.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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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구는] 거리 인적 끊기고 사재기에 루머까지
대구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다. 독자 제공


신천지증거장막 대구 집회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감염지 중 한곳으로 지목되면서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는 신천지 신도 색출이 한창이다. 종교 특성상 가족이나 지인에게조차 자신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에 위치한 병원이나 회사 등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본인이 신천지면 빨리 얘기하라는 식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심지어 친척들 중에 신천지가 있는지까지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도 “신천지인 사람들은 수간호사한테 조용히 톡하라는 카카오톡이 단톡방에 매일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 또는 성당도 이른바 ‘신천지 스파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이틀 만에 대구 시내는 유령 도시처럼 조용해졌다. 시민들이 모임이나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시내에는 인적이 완전히 끊겼다. 장기동에 거주하는 정다인(21)씨는 “친구들이랑 주변인들 소식을 들어보면 다들 약속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만 있다”며 “시내(대구 동성로) ‘공차’에서 알바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주문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미진(24)씨도 “잡아놓은 약속은 모두 취소했다. 최근 시내에서 놀았던 친구 말로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아예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밤에 젊은층이 붐비는 대구 상인동에 거주하는 김남현(24)씨는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밤이든 낮이든 길에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수성구에 있는 일부 학원들은 등원 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진을 우려해 ‘임시휴업’을 문 앞에 붙여 놓은 음식점도 늘고 있다. 문을 닫지 않은 일부 음식점들은 손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반값 세일 등 파격적인 행사까지 불사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보이스피싱 당했다는 루머도 퍼지고 있다. 문자메시지로 대구코로나 확진 내용이 전송돼서 클릭했는데 은행계좌에서 전액이 인출되었다는 루머가 대구 시민들의 입길에 오른 것이다. 기자가 이 내용을 취재원들에게 질문하자 “이미 다 알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 분개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20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명역이 출근 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물건 사재기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정다인씨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재기한다는 ‘카더라’가 돌아서 어제 감삼동 이마트에 가봤더니 라면이나 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상인동에 거주하는 김모(49)씨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진을 보내며 “어제 퇴근하고 동네마트를 갔는데 냉동식품이랑 라면 종류가 거의 없더라. 캐셔들이 ‘내가 사갈 게 없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들은 “손 세정제나 마스크는 이미 동난 지 오래”라며 입을 모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공기관도 아비규환이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박모씨(27)는 “다들 초비상”이라며 “이틀 내내 밤 10시 넘어 퇴근했다. 부장과 과장은 이번 주 내내 밤 10시 전에 집에 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정다인씨도 “아버지께서 달서구청에서 일하시는데 새벽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한다. 전수조사 때문에 아주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남현씨는 ‘대구 봉쇄’ 같은 차별적 주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대구 봉쇄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다른 지역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며 “한 지역의 봉쇄는 이전까지도 없었던 거로 알고 법적 근거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봉쇄만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마음만으로는 집밖에 나가고 싶지 않겠지만 각자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태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은 다들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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