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가 '1위'라고?.. '바른먹거리' 풀무원의 실체

김설아 기자 입력 2020.02.2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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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김치 4종/사진=풀무원
[주말리뷰]김치로 미국 시장 1위, 냉동만두 국내 2위. 지난해 풀무원이 내놓은 성적표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붙는 배경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엔진을 본격 가동한 풀무원의 성과가 가시화된 듯 보인다. 미국 시장에선 농심 신라면,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 등과 어깨를 견주는 K푸드 대표주자로, 국내에선 얄피만두로 부동의 1위 비비고만두의 아성을 위협하는 신흥 강자로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풀무원이 이 같은 발표를 내놓은 후 업계에선 적잖은 뒷말이 돌았다. 점유율 산출 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실제 미국시장에서 풀무원 김치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 국내 만두시장을 뒤흔들었다는 얄피신화도 미투 브랜드에 밀려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풀무원이 쓰고 있다는 김치와 만두 대박 신화. 과연 사실일까. 

◆점유율1위 뒤에 숨겨진 ‘오류’

#. “풀무원 김치가 미국 시장을 재패했다”. 메인스트림 시장 진입 1년 만에 미국 시장 김치 점유율 1위 달성. 월마트 100여개 점포에서 입점에서 1만여 개로 확장. 한국식 제품의 현지화 성공. 한국 김치의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하는 브랜드. 

풀무원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풀무원의 ‘나소야 김치’가 8월말 월마트 등 대형유통매장 시장점유율 40.4%를 기록, 1위에 올랐며 이 같이 밝혔다. 2, 3위는 미국 현지 생산 김치브랜드(KING'S 김치, 서울김치)로 각각 11.6%, 9.4%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나소야 김치 점유율 수치가 48%까지 올랐다는 게 풀무원 관계자의 전언. 

하지만 이는 단순 통계상의 자료일 뿐, 미국 내 김치시장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수치라는 지적이다. 왜일까. 우선 일반화의 오류다. 풀무원이 내놓은 근거 자료는 닐슨 조사 결과.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의 대형 유통매장 판매량을 집계한 점유율이지만 조사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월마트, 퍼블릭스 등에 입점한 일부 김치 브랜드만 놓고 점유율을 산출한 것. 

사실상 국내 김치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클럽스토어(코스트코)와 한인마켓은 제외된 수치로, 이 데이터만 가지고 ‘미국 김치 점유율 1위’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마켓에서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한인이나 현지인들이 찾아서 사 먹을 정도로 유명하지도 않다”면서 “김치가 가장 많이 팔리는 마켓을 빼고 집계한 점유율 수치는 허수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풀무원 김치의 자체 경쟁력, 현지화의 성공으로 대형유통매장에 진입했다고 해석하기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풀무원이 대형 유통매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소야’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2016년 미국 두부 브랜드 1위 ‘나소야’를 인수했고, 나소야 인프라를 활용해 대형마트 식품코너에 김치를 넣을 수 있었다. 나소야는 풀무원에 인수되기 전 현지 김지제조업치인 킹스김치로부터 김치를 공수해 유통 해오던 전력이 있다.

나소야 김치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2018년 월마트 100여개 매장 입점을 시작으로 2019년에 월마트 3900개, 퍼블릭스 1100개 등 총 1만여 개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월마트 입점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풀무원이 영리하게 접근하긴 했다”며 “나소야는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로 두부 시장 70%를 장악하고 있고 풀무원이 이를 활용해 동일한 브랜드로 김치를 진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오류는 수출액에서 나온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아직 글로벌 현지공장이 없기 때문에 100%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김치공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미국, 일본, 베트남, 유럽 등에 수출하는 방식. K팝과 드라마 한류 열풍 등으로 김치 수출액은 매년 성장세다. 지난해엔 2012년 이후 7년 만에 1억달러 고지를 넘어선 1억500만달러(약 125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미국 시장에는 지난해 1480만달러(약 171억원)를 수출했다.

문제는 풀무원 김치가 국내 김치 수출액의 약 10% 안팎(업계추정치)의 점유율밖에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 1위는 대상의 종가집 김치로 전체 수출액의 약 40%(2019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4200만달러(약 472억원)로, 대상이 수출하고 있는 김치 종류만 30여가지에 달한다. 이어 농협이 약 30%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고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와, 제이원, 풀무원 등이 나머지 점유율 30%를 나눠 갖고 있는 셈. 업계는 풀무원 김치 수출액이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 수출액은 사실상 현지 판매량과 흡사한 수치로 통용되는 게 업계 기류다. 신선식품인 김치는 그때그때 소진되어야 하는 판매 특성이 있어 현지 바이어와 판매량이 어느 정도 확정됐을 때 필요한 만큼만 수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가 재고를 안고 억지로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매달매달 일정량의 수출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그만큼 판매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실제 수출은 10% 안팎으로 하는 회사가 미국시장 점유율 1위라고 홍보하는 것은 과도한 왜곡”이라고 꼬집었다. 

풀무원은 단순 수출액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가 아니라고 볼 순 없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소비는 한인마켓에서 많이 이뤄지고 수출액으로 따지면 상이할 순 있지만 풀무원 김치가 월마트 등 메인스트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도 월별 수출액 데이터를 달라는 요청에는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외비 성격이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터지는 만두시장… 속터지는 풀무원

‘얄피신화’를 쓴 국내시장 현황은 어떨까. 

#. 얄피만두로 냉동만두시장 재편. 만두시장 후발주자의 반란. 지난해 3월 얇은피꽉찬속 만두 출시하며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로 껑충.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지 돌파. 부동의 만두강자 CJ제일제당 비비고 자리 위협. 

지난해 새 냉동만두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하던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만두 역시 경쟁에 밀려 4분기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의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20.8%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10월 18.2% ▲11월 17.8% ▲12월 17.6%로 줄어들었다. 특히 냉동만두 성수시 시즌인 12월에는 경쟁사인 CJ제일제당과 해태, 동원 모두 시장점유율이 전월보다 상승했지만 풀무원만 유일하게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잇단 미투제품으로 카테고리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소비자 수요가 분산된 탓이 크다. 풀무원 얄피만두가 흥행을 이어오자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얇은 피를 내세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동원 F&B는 지난해 7월 피 두께가 0.65㎜에 불과한 ‘개성 얇은피 만두’를 선보였고 두달 뒤 해태가 0.65㎜인 ‘얇은 피 고향만두’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도 0.7㎜ ‘올반 랍스터 인생 왕교자’를, 1위 CJ제일제당 역시 0.7㎜짜리 ‘비비고 군교자’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미투제품 직격탄을 맞으면서 얄피만두 시장이 커진 게 아니라 고정된 파이에서 풀무원 매출이 줄었고, 그 만큼 해태, 동원 점유율이 치고 올라왔다 ”면서 “3분기까지는 풀무원이 시식행사 등 판촉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며 시장점유율을 올렸지만 그 이후에는 흔히 말하는 약발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얄피 만두 흥행히 장기간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자리잡기 보단 반짝 흥행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풀무원 얄피만두가 시장 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 분기만 놓고 봤을때 계속 떨어진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한번 하향곡선을 그리면 특별히 반등 조짐이 없는 한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게 만두시장”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만두 성수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1~2% 점유율이 떨어진 것일 뿐, 매출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월 60~70억원의 만두가 꾸준히 판매되고 공장 가동률도 100%로 돌리고 있다”며 “풀무원은 마케팅에 비용을 별로 쓰지 않는다. 올해도 얄피 만두는 생산 케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국내 냉동시장과 미국시장을 잡기 위한 투자를 많이 하면서 그걸로 인한 손익이 많이 깨졌다”면서 “이런 상태로 보이기식 마케팅에만 열을올려 끌고 가기엔 곳곳에 부담요인들이 많다”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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