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원 혈세 낭비한 KF-16 개량사업..위약금 소송도 패소

백인성 입력 2020. 2. 22. 22:10 수정 2020. 2. 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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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당시 방위사업청이 공군 주력 전투기 KF-16 성능 개량 사업을 추진했는데, 가격 협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예상보다 훨씬 커졌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사업 시행사를 교체하면서 먼저 지급한 사업비 천억원 가량을 날리게 됐습니다.

때문에 시행사에게 위약금을 내라고 당시 정부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지난달 나온 판결 내용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1년 노후 KF-16기 개량 사업을 진행합니다.

미국 군수업체 BAE 시스템스가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고 한국 정부는 총사업비를 17억 달러 규모로 예상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미국 정부와의 최종 사업비를 확정 후 사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정부는 2013년, 가격 협상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1차 계약부터 체결했습니다.

1년 뒤 최종 계약 협상 도중 미국 정부는 총 24억 달러, 우리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보다 30% 많은 사업 총액을 제시해왔습니다.

총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한국 정부는 군수업체를 교체하며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고 전투기 개량은 예정보다 4년이 늦어졌습니다.

서둘러 미 정부와 진행한 계약 과정에서 BAE에 먼저 지급한 사업비 약 천억원도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후 정부는 원 사업자인 BAE가 미국 정부에 가격을 높여 부르는 등 업체 선정 당시 합의한 사항을 어겼다며 우리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합의를 위반하면 위약금 500억 원 가량을 내겠다는 합의각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5년 간의 심리 끝에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계약서에는 '모든 분쟁을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국제판정부 또는 제3자에게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방산업체인 BAE까지 적용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소송을 낼 수 없다고 계약이 돼 있는 만큼 법원이 소송을 낼 자격조차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애초 불합리한 조항은 미국과의 무기거래 특성 때문이라는게 정부 입장입니다.

[군 관계자/음성변조 : "우방국에 대해서 본인들이 좀 선진화된 무기체계를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쪽이 마음에 안 들면 안파는 거죠."]

정부는 항소를 검토중입니다.

하지만, 정부 측이 계약서에 적시된 '부제소 합의 조항'을 깰 논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판결을 뒤집고 위약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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