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날 야근까지 한 40세 코로나 사망자.."기침만 좀 했다"

김정석 2020. 2.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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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확진 판정 나자 부검 없이 화장
경찰 "감염 시신 화장해야 한다고 들어"
고혈압 있었지만 갑작스런 죽음엔 의문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이 22일 오후 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지역 확진자 발생에 따른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사망자에 대한 화장 절차가 22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북 경주경찰서와 동국대학교경주병원 등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A씨(40)는 동국대경주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가 이날 오후 병원 외부로 이송돼 화장 절차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을 하기 전 따로 시신 부검은 하지 않았다. 동국대경주병원 관계자는 “22일 오후 시신은 영안실에서 나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통 변사자가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될 때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등 시신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고 곧장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됐었다”며 “부검은 하지 않고 22일 오후 영안실에서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부검은 따로 하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가 ‘이 시신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에 옮겨서 화장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병사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 영안실에서 데리고 나와 화장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시신 처리를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만들어진 지침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환자가 사망하면 시체는 즉시 비닐로 감싸지고 누출 방지 방수용 백에 이중으로 담겨 봉인된다. 염이나 방부 처리는 할 수 없다. 별도의 이송용 침대를 이용해 시신을 이송한다. 이송된 시신을 백을 열지 않고 밀폐된 관에 배치하고 화장 처리를 하도록 했다. 감염 위험 때문에 장례식도 치를 수 없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도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한 시신은 보건당국이 장사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부검을 하지 않지만 부득이 부검이 필요할 경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해야 한다.

A씨는 사망 전날까지도 경주시 외동읍에 있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오전 1시까지다. 당시 A씨를 본 동료들은 “기침만 조금 했을 뿐 죽을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4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 데다 평소 지병으로 고혈압 약만 먹던 상태였다.

2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에서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경주시는 2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A씨의 변사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설명했다.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은 “A씨는 고혈압을 갖고 있어 평소 고혈압 약을 먹었다. 12일 경주 외동 경북의원에 방문해 기침 등 감기 증상으로 기침약 처방을 받았다. 12일 진료를 한 의사 소견으로는 코로나19 의심 증세는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14일에도 같은 병원을 찾아 기관지염 약을 처방 받았다.

A씨는 20일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21일에도 야근이었지만 A씨가 출근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회사 동료가 A씨 자택으로 찾아갔고 21일 오후 8시 52분쯤 그가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신은 22일 오전 1시 10분쯤 동국대경주병원 장례식장 영안실로 이송, 안치됐다. 입안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이날 오전 6시쯤 검시관과 경찰, 보건소 관계자들이 장례식장 영안실에 있는 시신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분석 결과 A씨는 22일 오후 2시 30분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주시는 경주 외동 경북의원을 폐쇄하고 방역하는 한편 의료진과 접촉자를 자가격리시켰다. A씨의 가족과 지인 등도 자가격리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있는 불국파출소를 폐쇄하고 사체 운반업체 관계자, 장례식장 직원 등도 자가격리 조치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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