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과 부족' 이유로만 해고 부당..근로자 압박수단 우려"

이장호 기자 입력 2020. 2.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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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업무 저성과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업무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근로의사가 아예 없는 근로자의 경우가 아닌 이상,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은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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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무성적 불량·개선여지 없다는 사정만으로 부족"
"업무 이행 불가능하거나 근로의사 없다는 것 증명해야"
© News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회사가 업무 저성과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업무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근로의사가 아예 없는 근로자의 경우가 아닌 이상,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은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한 공장의 간부사원으로 근무하던 이모씨는 2018년 3월 해고를 당했다. 이씨가 장기간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해 도저히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지노위와 중노위는 모두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현대자동차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사측은 "저성과 직원에게 업무능력 개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역량강화교육(PIP)을 받게 했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장기간에 걸쳐 최하위 인사평가를 받아, 회사에서 수차례 전환배치를 제안했으나 이씨의 거절로 전환배치도 하지 못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씨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특정 직종의 일정 직급 이상 비조합원 근로자들에게 간부사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일반 취업규칙에 비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해 작성된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인 취업규칙을 근거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이씨에게 적용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불이익 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해고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런 사정으로 말미암아 담당업무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근로의사가 없다는 결과가 현저하다는 것을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저성과자지만 일정한 업무성과가 있고 근로제공 의사도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상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개선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해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통상해고를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근로자 지위가 과도하게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씨의 경우 근무하면서 일정정도의 업무성과를 보였고 성실히 근로제공을 하겠다는 의사도 있었기 때문에 이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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