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대구 코로나'는 없다..차라리 침묵해라" (전문)

박지혜 2020. 2. 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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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나를 욕할지언정 대구시와 대구시민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권 시장은 2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대구여행 후 또는 대구방문 이후 감염됐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며 “확진자 대부분은 대구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이후 발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한 폐렴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듯이 ‘대구 코로나’ ‘대구 폐렴’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대구의 아픔과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는 자제해주거나 삼가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0일 오전 대구시 중구 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권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도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매체나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 ‘대구 폐렴’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저는 한국 정치의 오랜 폐습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뜻으로 고향 대구로 돌아와, 정치를 하고 있다. 지역주의가 무엇인가? 특정 지역에 편견을 갖다 붙여 차별하고 냉대하는 것이다. 그걸 정치에 악용하는 행태가 지역주의 정치다. 지금 ‘대구 폐렴’이라는 말에는 지역주의의 냄새가 묻어 있다. 그래서 반대한다. ‘문재인 폐렴’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와 경북이 지금 상처받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는 지나갈 테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라며 “지금은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혐오와 배제의 언어가 아니라, 연대와 우애의 손을 건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라는 표현을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지난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범정부 대응 관련 보도자료 제목을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으로 붙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22일 ‘축약 과정상의 실수이자 잘못’이라며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라는 점을 알려드리며 상처를 받은 대구시민과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구 코로나’ 논란 관련 발언 전문이다.

브리핑에 앞서 언론인과 국민 여러분께 부탁의 말씀 드립니다.

최근 코로나19 관련해서 방송과 언론 SNS에서 실시간으로 많은 보도와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도나 SNS 상 도는 말 중에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대구 방문 후 대구 여행 후 와 같은 말들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고 있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시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지 않듯 대구 폐렴도 없다. 코로나19만 있을 뿐입니다. 또한 확진자로 확인되는 분 중에서 대구에 여행 온 것이 아니라 신천지 대구교회에 예배 참석하고자 온 신도들이다. 대구에 여행온 사람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구 여행 이후나 대구 방문 후라는 표현 대신 신천지 대구교회에 예배 참석 관련 이라고 표현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우리 대구시민 모두가 힘들고 두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대구시민에게 따뜻한 위로로 힘과 용기를 주실 것을 대구시민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구시민은 우리 이웃이 아파할 때 함께 아파했습니다. 또 위로했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했지 힐난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장인 저를 욕할 지언정 대구시민을 비난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시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치권에도 당부드립니다. 모두가 아픈 시간입니다.

아무리 정치가 냉혈하다고 한들 우리 대구의 아픔과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는 자제해주거나 삼가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일을 선거 국면을 앞두고 우리 대구라는 이름을 앞세워 하는 행위 제발 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대구시민과 위기 극복하는 국민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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