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 지원에 깊이 감사..중국의 코로나 임상 경험 공유할 용의"

박병수 입력 2020.02.23. 17:46 수정 2020.02.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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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중국은 18일부터 퇴원자가 확진자 넘어서며 진정세
중·한 양국 함께 노력하면 코로나와 전쟁 승리할 것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주장엔 "WHO 의견 존중해야"
시 주석 방한, 중-한 관계 발전에 중요 이정표 될 것
미국의 사드 성능 개량 계획엔 "예의주시" 우려 표명
북-미 단계적·동시적 조처로 북핵 문제 해법 찾아내야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일 현재 7만7천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24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선 신규 감염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일단 급한 불은 끈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며칠 사이 한국에선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급격히 퍼져나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중국의 상황과 정부의 대처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의 지원과 격려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마음에 새기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이 며칠 전 중-한 정상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듯이, 중국은 한달간의 싸움을 통해 치료와 임상 경험을 많이 쌓았고 그 경험을 한국과 공유할 용의가 있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또 그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연기될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게 급선무이며 중국은 이에 대해 한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싶다”며 확답을 피했다.

싱 대사와 21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접견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국에선 최근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매우 엄중히 여기며 국민의 생명, 안전과 신체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총력을 다해 가장 전면적이고 엄격하며 철저한 방역 조처를 하고 있다.

우리는 과학 연구자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결과 7일도 안 돼 바이러스 균주를 분리해내고 검사제를 연구 제작했다. 최신 검사제의 검사 소요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일 만에 병상 2500개를 갖춘 전문병원 2곳을 건설했다. 또 역사상 가장 엄격한 ‘도시 봉쇄’를 결단했다. 감염 상황을 숨기거나 검사와 격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선 법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신속하게 대외에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관련 국가 및 지역에 코로나19에 대한 동향을 적극 전달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최근 중국에선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완치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확진자 수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많은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여러 날 동안 새로운 확진자가 없었다. 18일 퇴원한 사람 수가 처음으로 확진자 수를 넘어섰고, 확진자와 완치자의 두 추세선이 교차했다. 우리는 반드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우한에서 감염병 대응에 실패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인류가 어떤 사물을 인지하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미지의 감염병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떤 정부에나 모두 난제이다. 이번 감염병은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로, 처음에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적었다. 바이러스를 식별하는 것부터 그 성질 및 전염 경로를 파악하는 것까지, 충분히 이 바이러스를 알아내고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이번 감염병은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도전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을 여행한 외국인에 대해 제한적으로 입국금지 조처를 했다. 한국에선 전면적으로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역지사지라는 말을 거듭 제기해왔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하는데, 관건은 관련 조치들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중국이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러차례 신심을 표해주고 중국 여행과 무역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우리는 각국이 세계보건기구의 과학적인 판단과 권위 있는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도와줬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면?

“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으로서 인적 교류가 이미 천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명실상부한 운명공동체이다. 감염병이 발생한 뒤 중국은 한국과 밀접한 소통을 유지해왔다. 우한 교민들이 임시 항공편으로 귀국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한국에 적극 협조를 했다. 또 한국 정부와 국민은 중국을 적극적으로 성원해주고 강력한 지원과 격려도 보내줬다. 중국은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하고 이 정성을 마음속에 깊이 새길 것이다.”

―최근 한국 상황이 갑자기 악화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번져가는데, 어떻게 보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한국의 방역에 대해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며칠 전 중-한 정상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듯이, 중국은 한달간의 싸움을 통해 치료와 임상 경험을 많이 쌓았고 그 경험을 한국과 공유할 용의가 있다. 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으로서 함께 노력하면 곤경을 조속히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는데, 지금 두 나라 간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중·한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이며 양자 관계가 좋은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난해 문 대통령의 방중 때 양국 정상이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재확인했고 중-한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6년 만의 방한인 만큼 중-한 관계의 발전에서 깊은 영향을 미칠 이정표가 될 것이다. 현재 양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조속히 이겨내는 것이 급선무이며, 중국은 이에 대해 한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자 한다.”

―2017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한-중 관계에 변곡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이전과 이후 한-중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과 한국은 사드 문제의 현 단계에서의 해결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고 중-한 관계는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왔으며 좋게 발전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 중-한 수교 28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중-한 관계가 이미 양자 차원을 벗어나 지역 및 글로벌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동시다발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양호한 중-한 관계는 역사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할 뿐 아니라 양국 국민의 공동 소원이기도 하고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및 세계의 번영 발전에도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화·관광 등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아직 안 풀린 분야가 있다. 지난 연말 문 대통령의 방중에 기대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듯하다. 언제쯤 완전 해제를 기대할 수 있나?

“문화·관광 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은 인적 교류를 비롯한 각 분야의 협력 확대에 시종일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양국 국민이 우호 교류를 위해 유리한 조건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미사일방위청(MDA)이 얼마 전 예산안 설명회에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 성능 개량 계획을 밝혔다. 이번 성능 개량 계획을 어떻게 보나?

“우리는 미국의 해당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이 일관적이고 명확하다. 해당 문제가 계속 적절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이에 반발하는 중국에 2017년 10월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의 군사 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입장’을 표명했다. 싱 대사의 ‘계속 적절하게 해결되길 바란다’는 발언은 이를 에둘러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뒤 중거리미사일 배치 문제를 동맹국들과 협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언론에서 한반도도 유력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자, 중국은 이를 미국의 자국 견제로 받아들이고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싱 대사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국 정부가 ‘검토한 적도 없고, 미국과 협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현실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가정적 상황에 대해 굳이 논평을 해 한국과 마찰을 빚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미 대화가 삐걱대면서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어두워졌다. 올해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각국이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고 정세 완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안보 문제이고 난점은 신뢰 부족이다. 양쪽이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병행 추진)에 따라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처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체제 구축을 실현할 방법을 찾길 바란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이자 관련 문제의 중요 관계자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 체제 전환을 조속히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고 모두 힘을 합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지지한다.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관계국과 함께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

―일부에선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이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안보리 결의안을 엄격히 이행해왔다. 이는 국제사회가 다 아는 일이다. 동시에 우리는 한반도 정세 완화에 따라 안보리가 관련 결의안의 가역적 조항을 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실질적 행동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것은 지역의 평화 안정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고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접견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싱하이밍 대사는 누구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에도 참여한 ‘한반도통’

싱하이밍(55)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대표적인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1980년대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북한의 사리원농업대학에서 유학했다. 그동안 평양에서 두차례 근무했고, 서울 근무는 이번이 네번째다. 닝푸쿠이 대사(2005~2008년 근무) 이후 11년 만에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 대사다.

싱 대사는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에도 실무자로 참여한 한-중 관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당시 워커힐 호텔과 조어대(댜오위타이)를 오가며 협상했는데, 그때만 해도 한-중이 서로 잘 모르던 때였다”고 회고했다. 또 “이번에 제8대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과 영광스러운 사명감을 느낀다”며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 간 우호를 증진시켜 중-한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부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시 막 확산되던 코로나19 관련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후베이성 여행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두고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그는 나중에 “대사로서 주재국의 조치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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