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 줄이려고?..日 우한코로나 검사 대상자 '고의 축소' 의혹

이현승 기자 입력 2020. 2. 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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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하루 100명 정도 하는 데 그치면서 고의로 확진자 수를 줄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를 다른 병원에 떠미는 다라이 마와시(たらい回し·책임 전가) 현상이 극심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한 병원에 17일 오후 외래 진료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교도연합뉴스

24일 가미 마사히로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은 실시간 유전자 검사(PCR) 검사 대상이 중증 환자로 한정돼 일반인들은 검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증 사례만 나오고 있다"며 "검사 대상을 넓혀 감염자 수를 공표하고 치사율을 낮추는 중국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홈페이지에 발표한 PCR 검사 대상자 수는 지난 17일 1251명에서 21일 1522명으로 나흘 간 27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탑승객은 제외한 수치다. 19일에는 대상자가 전날 보다 9명 늘어난 게 전부였다.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데 어떻게 하루 검사인원이 9명일 수가 있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지통신은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진찰을 거절하는 다라이 마와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라이 마와시란 대야를 다리에 넣고 돌리는 곡예를 말하는데, 귀찮거나 까다로운 일을 다른 부서나 조직으로 떠넘기는 일을 표현할 때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도쿄도 내에 사는 30대 남성 공무원은 최근 대만에 간 적이 있고 39도의 열이 나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에 갔지만 검사대상 지역에 살고 있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른 2개 병원을 찾았으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찰을 받지 못했다. 우한시에 머물던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 도쿄도 신주쿠의 남성 회사원도 센터와 병원에서 진찰을 거부 당했다.

도쿄도의 한 관계자는 "(원내 감염의 리스크를 두려워해) 의료기관도 과잉 반응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19 검사기준에 '의사의 종합적 판단'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애매한 표현이어서 현장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의 검사대상은 ▲기존 감염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했거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역에 간 적이 있거나 ▲37.5도 이상의 발열과 입원이 필요한 폐렴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다. 다만 실제 검사 여부는 의사의 종합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가미 마사히로 이사장은 "감염이 의심 되지만 증세가 가벼워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연일 병원에 방문하고 있다"며 "중증이 아니면 검사할 수 없다는 기준이 이상하다. 정부는 환자의 불안에 대응하는 시각이 결여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기준 일본 내 감염자는 총 838명이다. 이중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이 691명,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사람이 14명, 중국 여행자를 포함해 일본 내에서 감염 사실을 확인한 사람이 13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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