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우한' 되가는 이탈리아 코도뇨..伊 총리도 "매우 당혹"

김다영 2020. 2. 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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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8세 확진자 '슈퍼 전파자' 의심
휴교에 자택근무 권고.."확진자 더 늘 듯"
이웃 오스트리아, 국경 넘는 열차 운행 중단
23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의 카살푸스테렌고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슈퍼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명 이상으로 급증하자 당국이 주요 발생지역에 이동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 대처하고 있다. 특히 밀라노 인근 작은 마을 '코도뇨'에서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오면서 도시가 봉쇄되고 중국 우한과 비슷한 광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밀라노 인근 롬바르디아주의 작은 마을 '코도뇨'에는 이동 금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모든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았다. 코도뇨에 사는 약 5만 명의 마을 주민들은 '특별 허가서'가 있어야만 마을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현재 코도뇨에는 생필품을 파는 일부 슈퍼마켓과 마스크와 비상약을 파는 약국만 간헐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3일 기준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15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코도뇨에서는 '슈퍼 전파자'로 의심되는 38세 남성이 최초 확진된 뒤 약 7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도시가 봉쇄되고 생필품 및 마스크 부족에 시달려 '유럽의 우한'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로 사망한 75세 여성도 코도뇨 마을 주민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발생해 봉쇄된 이탈리아 코도뇨에서 22일(현지시간) 두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텅빈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코도뇨 외 10개 도시가 봉쇄된 가운데 이탈리아의 대형은행 '유니크레딧'은 해당 도시들을 오염지역으로 보고, 이곳을 방문한 직원들을 자택에서 근무토록 권고했다.

밀라노에서 개최 중인 패션쇼에도 차질이 생겼다. 유명 브랜드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3일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우려해 관객 없는 무인 패션쇼를 열었다. 이를 위해 전날밤 1000여명의 초청자에게 연락해 초대를 취소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디자이너인 아르마니는 패션쇼 30분 전쯤 행사장에 나타나 취재진과 악수만 나눈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을 타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밀라노 컬렉션의 경우 예년에 비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바이어나 취재진이 격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24일 전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RAI와의 인터뷰에서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매우 당혹스럽다"며 "앞으로 확진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베네치아 시장은 현재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 카니발'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랑스 니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명성이 높다. 본래 오는 2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주변 유럽 국가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신종 코로나 추정 승객 2명이 열차에 탑승했었다는 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오가는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로자뇨의 한 슈퍼마켓에서 23일 식료품 코너 제품들이 모두 팔려 매대가 텅텅 비어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수천만개의 마스크를 대량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이날 이렇게 발표하며 "24일까지 70개의 보건소를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는 유럽 보건시스템의 취약함을 확인할 수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와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함에 따라 온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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