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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에 멈춰버린 청도.."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울화가 치민다"

입력 2020.02.25. 09:43 수정 2020.02.25. 09: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청도 지역 민심이 흉흉하다 못해 험악해 지고 있다.

다수의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마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청도대남병원 인근에는 무거운 어둠의 그림자만 드리워지고 있는 가운데 조금의 온기도 느낄 수가 없었다.

코호트 격리된 청도대남병원의 '아픔'이 언제 끝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 분노, 두려움도 더욱 더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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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기준 전국 사망자의 75%가 청도대남병원서 나와
거리에는 입을 닫은 사람들뿐.."惡의 구렁텅이 돼 버렸다"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막는 판..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24일 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정신병동에 코호트(집단) 격리된 경북 청도 청도대남병원 주변의 한산한 모습. 김병진 기자/kbj7653@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청도)=김병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청도 지역 민심이 흉흉하다 못해 험악해 지고 있다. 다수의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마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청도대남병원 인근에는 무거운 어둠의 그림자만 드리워지고 있는 가운데 조금의 온기도 느낄 수가 없었다.

지난 24일 오후 청도대남병원이 있는 경북 청도군 화양읍. 거리에는 통행하는 주민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깊은 침묵만 흘렀다. 주민보다 더 많은 취재진의 분주함 덕에 침묵 속에서 더디게 느껴졌던 시간이 그나마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경북 청도의 한 가게 모습. 김병진 기자/kbj7653@heraldcorp.com

▶‘혼돈의 공간’ 청도=같은 날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33명. 경북은 시도 중 대구(483명) 다음으로 많은 198명이었다. 그중 정신병동에서 확진자들이 코호트 격리 중인 청도대남병원에서만 111명이 나왔다. 전체 확진자의 8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치다. 전국 사망자 8명 중 75%인 6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온 확진자였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이었을까. 화양읍 중심가에 위치한 청도군청과 청도대남병원 간 거리는 불과 300여 m였지만, 그 사이를 지나가는 주민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간혹 업무를 위해 군청과 병원 사이를 지나가는 공무원들에게 말을 붙이면, 대꾸도 않은 채 쏜살같이 갈 길을 갔다. 힘겹게 말을 건넨 한 공무원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쉬지도 못하고 밤낮없는 연속 근무에 너무 힘이 든다”며 “언론 취재에는 응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 뒤 말문을 닫아 버렸다.

얼마 뒤 청도대남병원 앞에 119구급차 1대가 정차, 침대에 누운 환자 1명을 태우고 신속하게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가 청화로로 접어들었다. “어디로 가는 환자냐”고 묻자 소방 구급대원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 역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코호트 격리된 청도대남병원의 ‘아픔’이 언제 끝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 분노, 두려움도 더욱 더 깊어지고 있었다.

어렵게 길거리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매일매일 신문과 방송에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택배 일을 한다는 한 30대는 “이곳 주민들은 (청도)대남병원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환경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24일 경북 청도 청도군청의 모습. 인근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모두 힘겨워 보였다. 김병진 기자/kbj7653@heraldcorp.com

온기 잃은 ‘청도 사람들’=그날 오후 늦게 청도대남병원 인근에서 마주한 한 상인은 “주민들 대부분은 자신의 집에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셀프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며 자조를 섞어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주 청도에서 코로나19 전국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며 “병이 옮지는 않을까 두려워 급히 문을 닫았다가, 4일 만에 가게를 살펴보기 위해 다시 나왔다”고 했다.

바로 한 블록 앞 작은 거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은 점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청도의 관문인 청도역도 오가는 행인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4) 씨는 “3일 동안 집안에서만 있었다”며 “대구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무거운 마음을 떨쳐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60대 주민은 “청정 지역 청도가 코로나19 때문에 세균 덩어리가 득실득실한 악의 구렁텅이로 낙인찍혀 버렸다”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울화병이 치민다”고 한탄했다. 이달 중에 대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는 이모(39) 씨는 “정부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했다”며 “이제는 반대로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막아서는 판이 됐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 청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유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청도 주민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청도=김병진 기자/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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