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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금지 행위는 정치 연극일 뿐"..美 전문가 의견 밝혀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입력 2020.02.25. 09:43 수정 2020.02.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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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미국 독감, 사스 사례 들며 여행 금지 실효성에 대해 반박
"오히려 사회적 혼란 및 경제 위기 초래할 수 있다" 경고

(시사저널=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중국 우한발 코로나19의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진작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라는 의견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전문가들 입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 대한 여행 금지는 공중 보건 정책이 아니라 정치 연극이다'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대표 뉴미디어 복스(Vox)는 23일 줄리아 벨루즈(Jullia Beluz)와 스티븐 호프만(Steven Hoffman)의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여행 금지에 대한 증거는 분명하다. 그들은 일하지 않는다(The evidence on travel bans for diseases like coronavirus is clear: They don't work)"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벨루즈는 복스의 보건 분야 수석 특파원으로 의학, 과학, 공중 보건을 주로 다루는 저널리스트다. 호프만은 맥매스터 대학의 임상역학 및 생물학 조교수 및 하버드 대학교의 지구 보건 및 인구 부교수를 겸하고 있다. 또한 온타리오와 뉴욕에서 국제 보건법, 글로벌 거버넌스, 제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변호사다.

이들은 미국을 포함해 러시아, 호주, 일본, 이탈리아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나라에 대한 여행 금지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금지 시도에 대해 과거 사례를 들면서 소용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다. 2월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AIDS, 독감, 사스 모두 여행 금지로 확산을 막지 못했다

첫 번째 사례로 1980년 HIV/AIDS 환자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꼽았다. 1984년 HIV/AIDS가 발견된 후 세계 정부들이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입국, 체류 거주에 제한을 뒀다. 실제로 186개국 중 66개국이 제한을 했다는 보고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 이 질병은 전 세계에 퍼지는 데 성공했다. 에이즈 퇴치의 선구자인 길모어 노버트(Gilmore Norbert) 등이 작성한 '국제 여행과 에이즈(International travel and AIDS)' 보고서에는 "HIV 확산의 속도와 정도는 이 병에 걸린 여행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위험 유발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적혀있다.

또,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일시적으로 비행 금지와 감소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독감에 대한 여행의 영향을 파악할 기회를 마련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하버드 의과 대학의 캐나다 전염병 학자 존 브라운스틴(John S Brownstein)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이 독감의 확산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의 자료를 보면 2001-2002년 독감 시즌 관련 사망자 수는 1만 3천명 이상으로 전 시즌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스에 대한 분석 결과도 첨가했다. 2003년 사스 발발 당시 캐나다는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국가 중 하나다. 당시 캐나다는 438 명의 사스 의심 환자와 4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 질병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 대도시 지역에 있는 약 2만5000명의 주민이 격리됐고 수백만명이 공항에서 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질병 사례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벨루즈와 호프만은 이러한 연구 사례를 들면서 "여행 금지조치나 공항 검진은 병원균의 이동을 일정시간 지연시킬 뿐, 병에 걸리는 사람의 수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제 원조와 전문가들의 전염 지역 도달만 어렵게 만드는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많은 비용과 자원이 필요해 관련 도시와 국가에 경제에 잠재적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월2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보건소에 의심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남구에는 코로나19 확산을 가져온 것으로 지목받는 신천지 교회가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을 막아야 하나? 중국'인'을 막아야 하나?

이 글의 내용은 국내 일부 과학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해당 기사를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덧붙이고 있다. 한 과학자는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인 입국을 막자는 것인지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자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언론에서조차 중국'인'과 중국'발'을 혼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를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로 표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 감염 환자 대부분은 중국 국적 환자에게서 옮은 것이 아니라 외국을 다녀온 내국인을 통해 감염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인'만 입국 금지한다고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다. 그렇다고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것도 타 국가의 사례를 들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발표한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2명이다. 이탈리아는 중국발 항공을 전면 불허한 나라다.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CDC조차 '코로나 19가 세계적 유행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내 환자가 계속 늘고 있으며 그중 중국, 일본에서 돌아온 미국인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벨루즈와 호프만은 자신들의 글에서 '여행 제한'은 다분히 '정치적인 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 정부는 국경을 봉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여행자들에게 이 새로운 질병에 대해 교육하고, 중국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러스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4년간 개발했다고 자신을 밝힌 카톨릭대학교 남재환 교수는 자신의 SNS에 "난 환자치료나 역학기전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백신 개발과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것이다"라면서 "관련 전공자라 해도 지금은 함부로 말하면 괜한 혼선만 줄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질병본부의 발표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수준을 넘지 않기를 당부했다. 

정부가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 만큼 코로나19가 중대한 국가 재난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이 위기를 틈타 정치적 연극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또 이를 잘 골라내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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